정부 계획대로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청년세대의 연금 급여액이 기존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일 남인순·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이 공동으로 주최한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방안 분석 기자간담회’에서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은 지금도 낮은 국민연금액을 더 삭감함으로써 심각한 노인빈곤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수십년 간 이어지게 할 것이며, 지금의 청년세대도 앞으로 노후빈곤에 시달리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지난 4일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가입자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전체 급여액이 조정되는 자동조정장치를 2036년 이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발간된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을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평균 물가상승률 2%, 피보험자 감소율 1.2%, 기대수명 증가율 0.4%인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가 작동하면 총연금 수령액이 17% 감소하게 된다.
연금행동은 동일한 조건을 1980년생(현재 만 44세)과 1992년생(현재 만 32세)에게 적용하면 총연금액이 약 20% 정도 삭감된다는 자체 추계결과도 내놨다. 김 교수는 “이는 결국 소득대체율이 8%포인트 정도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와, 소득대체율이 40%가 아니라 32%로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연금 삭감이 대폭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의 청년세대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더라도 최소 본인이 낸 급여액 만큼은 돌려받게 되기 때문에 급여액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최초 연금액이 정해지면 물가에 연동해 연금의 실질가치가 유지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자동조정장치는 물가연동을 약화시켜 실질적으로 연금을 삭감시키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서도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실질 급여액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연금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매년 일정하게 인상한다는 가정 하에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2030년 신규수급자(평균소득계층)가 살면서 받게 되는 총 연금 급여액(생애총급여)은 1억2675만원에서 1억541만원으로 2134만원(16.8%)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미래세대인 2050년 신규수급자는 생애총급여가 1억2035만원에서 9991만원으로 2044만원(17%) 삭감된다. 미래세대로 갈수록 삭감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금행동 등은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해서 “보험료 부담은 대폭 늘리고 급여는 대폭 삭감했으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을 강화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