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환자 수술 부탁 문자 언론에 포착
인 최고 “잡혀 있던 수술에 전화한 것”
야당 “정부·여당 이렇게 버티나” 비판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특정 환자의 수술을 부탁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가 5일 언론에 포착됐다. 의대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공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지인의 수술 청탁을 들어준 것처럼 보이는 문자가 공개된 것이다. 야당은 인 최고위원 문자를 ‘의료 대란’에 대한 여당 미온적 대응과 연결지어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인 최고위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휴대폰 메세지를 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 최고위원은 성명불상의 인사에게 “부탁한 환자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라는 문자를 받았으며, 이에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인 최고위원에게 문자를 보낸 상대가 누구인지, 부탁을 받은 의료기관이 어느 곳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병원에서 접수 순서를 변경하는 행위는 청탁받는 기관이나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 최고위원의 문자 사진을 올리고 “여당 최고위원은 다 방법이 있었군요.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는 정부와 여당은 이런 식으로 버틸 수 있나 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민들은 어떡합니까. 이게 나라입니까”라고 적었다.
김 의원의 글은 최근의 의료 대란에 대한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대응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환자들은 병원 진료를 기다리며 피해를 보는데, 정치권 유력 인사들은 개별적인 부탁을 통해 이같은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는게 아니냐는 취지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김 의원은 외과 의사인 자신의 아버지도 응급의료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 바 있다.
인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술을 부탁한 환자’가 지인이냐는 질문에 “지인은 아니고 이름도 모르는 목사님이 제 전화번호를 알고 ‘그 의사를 믿을만하냐’ 그래서 ‘굉장히 좋은 의사’라고 했다”며 “(목사님이) ‘지금 집도의 정해져서 수술받게 됐는데 (전화) 부탁할 수 있냐’ 그래서 ‘전화 한 통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인 최고위원은 이어 “그 집도의하고 내가 아는 사이니까 ‘수술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한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응급 수술이 아니라 원래 잡혀있던 수술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 교수 믿을만하냐’ 전화를 받고 ‘믿을만합니다’ 그러면 ‘아는 사이냐. 전화 한 번 좀 해달라’는 이런 전화를 제가 일주일에 몇 개씩 받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한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국회의원이 병원에 수술을 청탁하는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인가’라는 장철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침에 위반된다면 당연히 위반일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인 최고위원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겸 국제진료센터 소장 출신 의사다. 지난 6월부터 국민의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의견 청취를 해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갈등 해법으로 제시한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도 인 최고위원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