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모두의 노후소득 보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정부안이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 합의점을 찾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연금개혁안을 겨냥해 “‘연금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 수급액은 깎겠다’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을 강조했지만 사실상 모두의 연금액을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조정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에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 등도 담겼다. 앞서 여야는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에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소득대체율을 두고는 여야가 각각 43%, 45%를 제시하며 맞서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4%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잠정 합의하는 듯 했으나, 국민의힘이 구조개혁도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불발됐다.
민주당은 정부안이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본연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42%는 올해 적용되는 소득대체율로 정부 개혁안은 소득대체율 하향 중단일 뿐, 소득보장 강화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 노후소득보다 재정 안정만을 챙기려는 정부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가입자 수와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조정하는 자동 안정화 조정 장치 도입이 ‘연금 삭감’ 효과를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자동 안정화 장치는) 보험료 수준이 20%에 육박한 성숙한 연금제도를 가진 국가에서 도입된 것으로, 우리나라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2030년 신규 수급자는 생애총급여의 16.8%, 2050년 신규 수급자는 17%가 삭감된다”며 “더 깎으면 노후대비에 턱없이 부족한 ‘푼돈 연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경제상황이나 인구 구조에 따라 연금액이 10년 뒤, 20년 뒤 얼마나 깎일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며 청년세대로 갈수록 노후 예측 가능성이 희박해진다고 전망했다.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도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도 없고, 국내에서도 검토된 바가 전혀 없는 제도를 국민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세대 간 불평등보다 세대 안에서의 불평등이 더 심각한 현실”이라며 “청년들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은 안을 제시하면서 유리한 것처럼 (포장)하는 것들에 대해선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출산·군 복무 크레딧 확대’는 민주당이 제안한 바 있어 그나마 여야가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안으로 언급됐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민주당 복지위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사전지원 방식 변경’과 ‘국고부담 비율 확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국회 내 연금개혁특위를 꾸려 논의하자며, 올해 모수개혁을 하고 2026년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혁을 마무리하는 안을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위 구성에 회의적이다. 4월 공론화위원회 합의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기준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낸 안을 검토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위 야당 간사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정부안에 구조개혁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인지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