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한동훈 대표 직속 기구인 전략기획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원외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중·단기 이슈 대응팀이다. 한 대표가 당내 소수파이자 국회 내 소수당 대표라는 이중 과제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주자로서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국민의힘 전략기획본부는 지난 5일 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통지하면서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조직을 축소하며 없앴던 전략기획본부를 부활시킨 것이다. 전략기획본부는 당이 집중할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당대표 일정과 메시지로 녹여내는 전략을 고민한다.
예를 들어 지난 3일 한 대표의 경북 구미 방문은 반도체법 관련 현장 방문이 필요하다는 본부의 의견에 따라 일정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온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보도 등 당일 돌발로 일어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신속하게 검토한다. 중·단기 전략은 전략기획본부, 장기 전략은 여의도연구원이 나눠 맡는 구조다.
한 대표는 대표 취임 전부터 전략기획본부 부활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한 대표가 총선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하면서부터 당이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전략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당직 인선 전부터 본부에 대한 구상을 밝혔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 대표와 대변인의 메시지가 어긋나는 등 문제가 불거진 후 한 대표 지시로 전략기획본부가 꾸려졌다. 비공식으로는 지난 8월 중순부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전략기획본부 멤버는 원외 친한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뤘다. 신 부총장이 본부장을 맡고, 박상수·송영훈 대변인, 류제화 세종갑 당협위원장, 강태욱 변호사,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이 합류했다. 전당대회 한 대표 캠프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았거나, 직함이 없더라도 친한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박·송 대변인과 류 위원장까지 변호사가 4명이나 된다.
전략기획본부는 한 대표가 직면한 난제를 풀 전략을 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당내 소수파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정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거대 야당에서 맞서면서도 집권 여당으로서 야당을 설득해 성과를 내야 한다. 이 고차 방정식은 한 대표가 여권의 리더로서 차기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 지 판별할 가늠자이기도 하다. 전략기획본부가 성공적으로 역할을 한다면 향후 ‘한동훈 대선 캠프’의 주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벌써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정치 경험이 적은 원외 인사들 위주로 전략을 고민하다 보면 원내 전략과의 조화를 놓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표가 측근들끼리 논의해 결정하는 비밀주의 경향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