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속 마약탐지견 ‘아미고’가 5일 대전 유성구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마약 찾기 훈련을 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마약탐지견 ‘아미고’가 250여평 창고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뭔가를 찾는가 싶었다. 그러던 아미고가 갑자기 한 여행용 가방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미고는 꼬리를 흔들며 운용요원(핸들러)을 바라봤다. ‘마약이 여기 있어요’라고 알리는 아미고만의 행동이었다. 마약탐지견에게 마약탐지훈련은 ‘놀이’ 중 하나라고도 한다.
아미고가 250여평(약 826㎡) 공간에서 가방 안에 숨겨진 4.4g의 코카인을 찾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탐지를 끝낸 후엔 다시 귀여운 반려견으로 돌아온다. 마약을 잘 찾은 보상으로 테니스공으로 하는 공놀이가 주어졌다.
마약청정국을 자부했던 한국이지만 최근 들어 마약 범죄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아미고 같은 ‘전문견’들이 수사당국조차 찾기 힘든 마약 유통 현장에서 활약한다. 마약탐지견 아미고와 마약탐지견 양성책임자 오성진 센터장(53), 황성구 교수요원(51)을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경찰인재개발원(원장 박정보) 내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만났다.
‘경찰 유일 마약탐지견’ 아미고
경찰 소속 마약탐지견 ‘아미고’가 5일 대전 유성구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놀고 있다. 정효진 기자
2021년생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아미고는 현재 국내에서 유일한 경찰 소속 마약탐지견이다. 마약탐지견은 2016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탐지견이 은퇴한 후 명맥이 끊겼다가 지난해 아미고가 마약탐지견 과정에 합격하며 7년 만에 부활했다. 각 시도 경찰청에서 마약탐지견을 양성하는데 여러 종류의 마약을 시간 내에 일정 개수 이상 찾아내는 최종 시험을 통과한 개는 현재 아미고가 유일하다. 아미고는 경찰견 종합훈련센터에서 ‘탐지견 교육생’들에게 탐지 시범을 보이는 시범견으로 활동 중이다.
황 교수요원은 “네덜란드에서 개 150마리 중 아미고를 직접 골라 데려왔다”며 “25㎏ 밖에 안나가 다른 리트리버에 비해 작지만 남다른 체력과 후각으로 지난해 관세청장배 탐지견 경진대회 1등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아미고의 ‘개코’가 첫 실전업무에서 빛을 발한 건 지난 2월이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요청을 받아 경기 시흥시 야산에 묻힌 필로폰을 찾으러 갔을 때다. 드넓은 야산 3개를 혼자서 4시간 동안 뒤진 끝에 밀폐용기에 담긴 필로폰을 찾아냈다. 황 교수요원은 “낙엽이 쌓여있고 처음 접하는 어려운 환경이라 걱정됐는데 워낙 지구력과 집중력이 좋아서 잘 해냈다”고 말했다.
“체력, 독립성, 사회성 모두 갖춰야”···험난한 마약탐지견 양성
오성진 경찰견 종합훈련센터 센터장(왼쪽)과 황성구 교수요원이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센터에서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마약탐지견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마약을 소분해 도심 곳곳에 숨겨두는 ‘던지기 수법’이 횡행하면서 탐지견이 더 필요해졌다. 최근에는 야산이나 쓰레기통 등에 은밀하게 유통하는 신종 수법도 늘고 있다. 오 센터장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마약을 찾아내려면 엄청난 경찰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후각이 뛰어난 개 한 마리가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며 “비닐 팩에 감싸져 있거나 땅에 묻혀 육안으로 단속이 불가한 상황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마약탐지견은 0.1g의 마약도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탐지견 양성 속도는 더딘 편이다. 교육과정에서 많은 개가 중도탈락한다. 지난해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합격한 개는 아미고뿐이다. 황 교수요원은 “체력·독립성·사회적응력 등 여러 조건이 좋아야 탐지를 잘할 수 있다”며 “공항 등 사람이 많은 곳이나 창고, 산처럼 넓은 공간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를 해야 해서 적절한 개를 선별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전문견들이 단순한 ‘특수장비’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업무를 하는 주인공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엔 마약탐지견뿐 아니라 폭발물탐지견, 체취증거견 등 특수목적견들이 수사 과정에서 활약하는데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경찰견은 ‘특수장비’로 분류된다. 오 센터장은 “동물권이 부상하고 있는 만큼 경찰견 처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민법이 먼저 개정돼야 경찰견과 관련한 법령도 바뀔 수 있게 여건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