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사원 폐지, 결국 서울시 ‘공공돌봄 민영화’ 목적이었나

공적 돌봄을 위해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을 해산시킨 서울시가 9일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 돌봄 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앤 뒤 돌봄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어리둥절하지만, 계획안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찬다. 서사원 대안으로 설치될 사회서비스지원센터의 역할은 민간 서비스업체 지원 및 육성이라고 한다. 결국 ‘공공 돌봄의 민영화’를 돌봄 공공성 강화라는 말로 포장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는 “서사원이 직접 서비스 위주로 운영돼 민간 육성이나 서비스 연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공공 역할을 ‘민간 지원·관리·육성’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에 이런 일을 할 사회서비스지원센터가 서울시복지재단 산하에 신설될 거라고 한다. 아울러 돌봄 상담센터인 ‘120 콜센터’를 신설하고, 중증 장애인과 외상·증증 치매 등 고난도 돌봄에 대해서는 추가 인건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돌봄 수요가 날로 커지고 다양화함에 따라, 민간 돌봄 업체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영리 목적의 민간업체에 맡겨진 사회서비스는 고용과 서비스 이용 양면에서 불안정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애초 서사원이 설립된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서사원은 돌봄 강도가 높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해 민간에서 잘 받으려 하지 않는 이용자에 대한 긴급 돌봄을 도맡았던 곳이다. 또 돌봄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 비정규·저임금 일자리로 인식되는 돌봄 노동시장 생태계를 선도적으로 바꿔나가려 했다. 서사원이 폐지된 후 민간 기관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 아동 보호자 등은 돌봐줄 사람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돌봄 노동자 100여명은 여전히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공공 돌봄의 마중물 역할을 해 온 서사원을 시장 논리인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폐지해버린 것도 모자라, 민간 서비스업체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돌봄서비스 공공성 강화’라 포장하는 서울시는 도대체 공공성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돌봄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돌봄 문제가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현안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지자체가 더욱 적극 개입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 역할을 민간 서비스업체 지원·감독과 전화 상담센터 운영 정도로 한정 짓는다면 더 이상 공공 돌봄의 미래는 없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활동가들이 7월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에 따른 돌봄공백과 노동자들의 생계 해결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활동가들이 7월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에 따른 돌봄공백과 노동자들의 생계 해결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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