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이 30도 이상의 고수온 해역을 통과할 때 위력이 강해지고 강수량이 최대 2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팀이 규명해냈다. 수십 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수백개 태풍을 대상으로 고수온과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세계 최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위성센터 박명숙 박사 연구팀은 지난 38년간 발생한 312개 태풍 중 고수온 해역을 지나는 128개 태풍과 일반 해역을 지나는 184개의 태풍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태풍 발생 해역인 북서태평양과 대서양의 고해상도 해수면 온도 자료(미국해양대기청)와 마이크로파 위성 강수 자료(미국항공우주국) 등을 활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태풍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가열된 바닷물과 대기 사이의 온도차로 인해 바닷물이 대기 중으로 수증기를 활발하게 공급하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기 아래층에 형성된 태풍의 중심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강한 비구름 떼가 발생하고, 많은 강수를 동반한 저기압성 소용돌이가 기존 태풍의 순환을 강화했다.
반면 일반 해역에서는 ‘수분 불균형’ 현상이 크게 발생하지 않아 바다 표면에서 대기 하층으로의 수증기 유입량이 고수온 해역보다 훨씬 적고 비구름 떼도 약하게 나타났다.
분석 결과 태풍이 일반 해역을 지날 경우 평균 최대 강도가 78.80노트인 반면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에는 평균 최대 강도가 106.72노트로 위력이 약 35% 더 강해졌다. 2017년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태풍 ‘탈림(Talim)’이 북서태평양의 고수온 해역을 지나면서 태풍 최대 강도가 40 노트에서 120노트로 위력이 3배 가량 강해진 경우가 대표적이다. 강수량도 일반 해역을 지날 때보다 고수온 해역을 지날 때 약 1.5~2.5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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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즈’ 2월호에 게재됐다.
박명숙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고수온과 태풍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며 “향후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