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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엘리엇 1300억 배상 취소소송’ 각하한 영국 법원에 항소하기로

입력 2024.09.11 17:46

수정 2024.09.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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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해 7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이 각하된 데 대해 항소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1300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정부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한 절차를 중단하고, 대신 배상 책임을 야기한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 국제투자분쟁대응단 태스크포스(TF)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부와 엘리엇 간 ISDS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을 각하한 영국 법원에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엘리엇은 2018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기했다. ISDS는 양자 간 투자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이 정하는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인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투자자가 투자국에게 제기할 수 있는 민간중재 제도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이 삼성물산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게 합병 찬성 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넣어 합병이 성사됐고, 이로 인해 삼성물산 주주였던 자신들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PCA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게 배상 원금 690억원에 지연이자 및 법률비용 등 총 13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PCA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재판 당시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강요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된 점 등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이에 법무부는 중재지인 영국 상사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초 각하됐다. 정부는 “PCA가 사건 관할권이 없다”며 판정을 취소해달라고 했으나 영국 상사법원은 “한국의 판정 취소 신청이 영국 중재법상 관할권 다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항소 기한은 오는 12일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항소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그럼에도 항소를 하려는 것은 같은 사안으로 진행 중인 다른 ISDS 사건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역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고, 지난 4월 PCA는 배상원금에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약 800억원을 물어주라고 판정했다. 정부는 이 판정에도 반발해 중재지인 싱가포르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승소 가능성이 낮은 소송을 계속하면 배상 규모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엘리엇 상대로 정부의 취소소송 제기부터 영국 법원 각하 결정까지 1년이 더 걸렸는데, 항소까지 한다면 지연 이자와 소송비용에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불리한 소송을 과감히 포기하고 불법적인 합병을 통해 이익을 본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불법행위를 통해 이득을 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했던 공무원들에게 시효가 지나기 전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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