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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날에 영화 ‘그래비티’를 보았다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중력의 날에 영화 ‘그래비티’를 보았다

자연법칙은 자연에는 없다, 과학 교과서에나 있을 뿐. 숫자와 기호로 외운 공식에 맞춰 자연은 행동하는 것 같다. 사과는 줍기 좋게 아래로 떨어진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심은 쪽으로 나와준다. 내 마음의 운율을 정확하게 달래주는 자연의 마음. 보이지 않아도 이 세상을 지그시 누르는 중력은 말 그대로 무거운 힘이다. 우리는 누구나 참을 수 있을 만큼의 무게를 지니고 산다. 세상 만물은 제 무게로 인해 있는 곳에 움푹, 깊은 자리를 만든다. 중력이 사라진 무중력 공간에서의 동작을 상상해 보라. 중력을 이겨야 한 발짝이라도 꼼짝할 수 있는 것. 무거움은 힘들게도 하지만 가능하게도 한다.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의 테이블. 누가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커피는 잔에서 얌전하다. 어쩌다 그만 첫눈에 반한 남녀. 둘에게는 사랑의 감정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오지만 어느덧 사랑의 무거움이 생활을 짓누를 차례. 그 무게는 점점 가슴에서 어깨로 이동한다. 둘은 한때 그 무게를 사랑의 이유로 삼았으나 지금은 이별의 핑계로 이용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사랑, 사랑이라는 것. 그 사랑이 작용하는 방식 또한 중력을 닮았다. 둘 사이에 사랑이 없다면 서로 접촉할 리가 없다. 아무 충돌 없이 자신의 궤도를 걸어가는 행성처럼. 중력이 없어진 공간에서는 무거움도 사라졌다. 그곳에서는 너무나 홀가분해서 의무도 없고 목표도 없다. 사랑 없어 빙빙 도는 것, 중력 없어 붕붕 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중력가속도가 9.8m/s²이기에 9월8일은 ‘중력의 날’이었다. 이를 혼자 기념하며 영화 <그래비티>를 다시 보았다. 마지막 장면.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러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우주 미아가 돼 떠돌다가 천우신조로 휘어진 대기권으로 진입하고 지구의 호수에 떨어진다. 찰랑대는 물가에 닿아 정신을 수습한 주인공. 눈부시게 아름다운 지상의 풍경에 한마디 던진다. ‘생큐(thank you)’. 우리말로는 ‘고마워’.

뼈마디를 새로 맞추듯 자신의 머리, 팔, 엉덩이, 발바닥을 확인한 뒤 앞으로 걸어가는 샌드라 불럭. 아무래도 나는 이게 좀 싱겁다. 왜 친구(親口)를 하지 않을까. 중력을 되찾은 감격에 격을 맞추어 왜 모래 한 움큼 고두밥인 양 씹어먹지 않을까. 그런 가벼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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