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격노 대신 미안하다…이범호의 리더십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격노 대신 미안하다…이범호의 리더십

입력 2024.09.18 20:28

수정 2024.09.18 20:31

펼치기/접기

합리와 공감의 리더십이
KIA의 우승을 만들었다

오랫동안의 꼼꼼한 준비가
이범호 감독의 성공을 만들었다

모든 우승은 특별하고, 스포츠 역시 시대를 반영한다.

2024시즌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 팀이 KIA 타이거즈로 확정됐다. KIA는 지난 17일 인천 SSG전에서 0-2로 졌지만 2위 삼성이 두산에 4-8로 지면서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1위를 지킬 수 있게 됐다. KIA는 해태 시절부터 11번 한국시리즈에 올라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KIA의 전력은 강하다고 평가됐지만 지난해 6위 팀이었다. 게다가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기존 감독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경질되는 일도 벌어졌다. KIA는 감독 없이 시즌 준비를 시작했고, 선발 투수 5명 중 4명이 부상을 당했고, 4번 타자가 돌아가며 다치는 바람에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가 시즌 절반을 겨우 넘는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그 중심에 이범호 신임 감독이 있다. 이범호 감독은 2000년 한화에서 데뷔해 2009년까지 뛰었고, 2011~2019년 KIA에서 뛰었다. 2010년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었다. 국가대표 3루수로도 활약했지만 ‘주인공’이라기보다는 ‘2인자’에 가까웠다. 한화 시절엔 김태균 뒤에 있었고 KIA 이적 뒤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그늘에 있었다. 이 감독을 잘 아는 관계자는 “어쩌면 그래서 준비가 잘돼 있었다. 이론적으로 매우 꼼꼼했고, 치밀했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KBO리그 최다 만루홈런 기록을 가졌다. 정규시즌에서 17개를 때렸고, 포스트시즌에서 1개를 더했다. 만루홈런은 ‘클러치’의 상징이다. 만루 기회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결과다. 준비가 잘돼 있고, 대비가 잘돼 있었다는 뜻이다.

감독 역시 갑작스레 맡게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타이거즈 출신의 쟁쟁한 스타들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타격 코치와 2군 총괄을 거친, 초보 감독 이범호 감독으로 결정됐다. ‘감독’ 자체가 목표였던 과거 몇몇 사례와 달리, 감독이 되면 어떤 야구를 할지 준비가 돼 있었다. 현역 때 그랬던 것처럼, 찾아온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위기가 수시로 찾아왔다. 선발 투수 5명 중 4명이 다쳤고, 마무리 투수가 다쳐 석 달을 비웠고, 중심타선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가끔 흔들렸지만 꼭 2위 팀과 맞붙을 때면 두들겨 패듯 이겨 멀리 떨어뜨려놨다. 그 배경에 ‘격노하지 않는, 미안하다 리더십’이 존재한다.

이범호 감독은 화를 내지 않는다. 올 시즌 미팅은 딱 한 번, 6월 말 롯데와의 3연전 뒤였다. 14-1로 이기던 경기를 15-15 무승부로 마무리했던 경기가 그때 있었다. 다음날 이 감독은 “불펜 운영에서, 데이터만 들여다봤던 내 잘못”이라고 오히려 사과했다.

연공에 흔들리지 않았다. 에이스 양현종을 4회 2사 때 교체했다. 팀 승리를 위한 결정이었고 이 감독은 경기 뒤 양현종을 ‘백허그’하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양현종은 “오히려 제가 더 미안했다”고 했다. 막내급 5선발 김도현을 5회 교체했을 때도 이 감독은 다음날 김도현에게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팀과 전체를 위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으로 손해를 보는 이들에게 사과했다.

물론 마냥 감싸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한 실수에 관대하지만 부주의와 준비 부족에 엄했다. 스타라고 예외는 없었다. 올 시즌 최고 스타 김도영은 지난 7월2일, 홈런을 치고도 이전 이닝 수비 때 보여준 집중력 부족을 이유로 교체됐다. 팀 내 중심 선수 중 하나인 유격수 박찬호 역시 지난 8월16일 뜬공을 때리고 1루까지 천천히 뛰었다는 이유로 바로 교체했다. 일종의 ‘인사조치’였다. 이 감독은 “팬들도 이렇게 집중하는 경기에서 선수들이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충성을 얻기 위해 잘못을 눈감아 주고, 개인의 이익을 챙겨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정들이 모였다. 고집과 독선이 아닌, 합리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 KIA의 우승을 만들었다. 그 리더십을 만든 오랫동안의 꼼꼼한 준비가 이범호 감독의 성공을 만들었다.

모든 우승은 특별하고, 스포츠는 시대를 반영한다. 몇번을 말하지만 야구가 정치보다 낫다.

이용균 스포츠부장

이용균 스포츠부장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