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미국,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는 ‘복지국가 환경변화에 대한 시민 인식 비교 연구’ 결과들이 실렸다. 연구원은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10개국 대학 연구진과 함께 해당 국가 시민들(총 2만1862명)을 설문조사해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고혜진 부연구위원의 ‘기후변화에 대한 10개국 시민 인식 비교: 한국인의 인식을 중심으로’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각국 시민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가 담겼다.
한국인들은 이민, 세계화, 전쟁과 같은 복지 위협 요소들에 비해서 기후변화를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사회에서 주요 위협으로 다뤄지는 이민에 관해서 전체 응답 한국인의 7%만이 매우 걱정된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약 55%가 매우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고 연구위원은 “우리와 같은 반도 국가로,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 이탈리아인들보다도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조사대상 국가들에서는 대개 34세 이하의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인식했으나 한국은 나이가 많을수록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았다. 고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 현재보다는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야기하기 때문”에 젊은 층이 보통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경우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연령에 따른 상대적 인식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국가 정책에 대한 수용도도 높였다. 설문조사 결과 탄소 감축 정책,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소비 감축 등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 연구위원은 “한국인들의 높은 기후변화 인식 수준과 소비 감축 의지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책 마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왜 한국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심각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 연구위원은 “10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자동화 등 다양한 주제를 조사하는 문항으로 설문지를 구성하다보니 인구학적 변수 등을 고려할 만한 문항들을 넣지 못해 심층적인 분석에는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이 전 연령대에서 두드러지게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의의를 둔 연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