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오타니의 50호 홈런공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오타니의 50호 홈런공

입력 2024.09.22 18:15

1961년 뉴욕양키스 로저 매리스가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깨고 역사적인 61호 홈런을 날렸을 때, 얼떨결에 그 공을 잡은 행운아는 19세의 살 듀란테였다. 입장권조차 여자친구가 대신 사줘야 했던 가난한 그 청년은 대기록을 세운 매리스에게 공을 돌려주려 했다. 스스로는 그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 마음이 고마웠던 것인지, 매리스는 공을 받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꼬마야, 그 공을 경매에 내놓으렴. 그러면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처럼 공은 캘리포니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샘 고든이 5000달러에 샀다. 지금 시세로 치면 약 6700만원에 해당한다. 그리고 고든은 몇년 후 매리스에게 그 공을 대가 없이 돌려줬다. 선수도, 팬도 서로 양보하려 했던 매리스의 61호 홈런공은 결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아름다운 미담을 완성했다.

지금 와서 보면 참 믿기 힘든 동화 같은 얘기다. 메이저리그 인기와 규모에 비례해 기념비적인 홈런공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공은 300만달러(약 40억원), 2022년 매리스의 기록을 깬 뉴욕양키스 에런 저지의 62호 홈런공은 150만달러(약 20억원)에 팔렸다. 그러니 선수에게 돌려주기는커녕 홈런공을 서로 갖겠다고 팬들끼리 다투다가 소송전까지 벌어진다.

지난 20일 전 세계 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50홈런-50도루’ 기록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세웠다. 그 50호 홈런공을 잡은 행운의 팬도 공을 오타니에게 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벌써부터 이 공이 경매에 나오면, 미국은 물론 일본 야구 수집가들이 구매 경쟁에 적극 뛰어들어 낙찰가가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홈런공은 누가 가져야 맞는 것일까. 오타니의 50호 홈런은 ‘오타니의 순간’이다. 팬은 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그곳에 있다. 그러나 우연히 낚아챈 공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 기회를 쉽게 포기할 팬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순간 공은 더 이상 야구공이 아니라 ‘로또’가 된다. 매리스의 61호 홈런공이 아득히 먼 옛날 얘기로 기억되는 세상이 됐다.

오타니의 50번째 홈런공을 잡으려는 팬들. X(구 트위터) 캡처

오타니의 50번째 홈런공을 잡으려는 팬들. X(구 트위터) 캡처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