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돋보기

‘2차작전 연락망’에서 드러난 ‘김 여사 계좌 동원’···김 여사는 알고 있었나

유선희 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헸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헸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나온 ‘주가조작 연락망’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당 연락망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주포(주가조작 실행 역할)’와 ‘전주’ 등이 유죄를 선고받게 한 핵심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연락망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받아 이를 주가조작에 이용한 주요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당 연락망이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을 풀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①주포→블랙펄인베스트→권오수 ‘연결망’

22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2차 주가조작 작전(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 시기의 연락망이 핵심 증거로 나온다. 해당 주가조작은 ‘주모자’인 권오수 전 회장을 주축으로 3년에 걸쳐 총 5단계로 이뤄졌는데, 2단계인 2차 작전 때 유일하게 급등세를 보였다.

연락망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4명이다. ‘주포 김모씨 →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모씨 →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씨 → 권 전 회장’으로 이어지는 연락체계다. 재판부는 블랙펄인베스트가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고 봤다. 블랙펄인베스트는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회사다.

주목할 지점은 김 여사 계좌가 해당 연락망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연락에서 다수 언급된다는 점이다. 2010년 11월4일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씨가 이종호씨에게 주식 매수주문 체결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재판부는 이를 통정매매(通情賣買·서로 짜고 매매하는 행위)라고 봤다. “28~56초 차이로 같은 가격에 매수주문을 내고 체결한 매매”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거래에 김 여사 이름의 계좌 등이 쓰여졌다는 점이다. 민씨는 2011년 1월13일 김 여사 이름의 증권 계좌의 인출액과 잔액, 매각 주식 수량 등을 담은 ‘김건희 파일’을 만들어 시세조종에 이용하기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연락망 체계에서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활용된 점을 스스로 인식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 판단하진 않았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초기투자자이면서 권 전 회장과 ‘가까운 지인 관계’였던 김 여사가 이 연락망에서 배제돼 있기는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1차 작전(2009년 12월23일~2010년 10월20일)이 있기도 전인 2007년 1월 ‘초기투자자’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배정받았고, 2차 작전 때까지 자신의 명의 3개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점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는 해당 연락망의 인물들과 김 여사의 관련 여부와 그 정도를 포함해 김 여사가 이 같은 연락망 체계를 알고 있었는지 등이 핵심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②‘방조죄 유죄’ 손모씨와 뭐가 같고, 다른가?

이번 항소심 판결문에서 주목할만한 다른 대목은 ‘전주’ 손모씨의 방조 혐의가 유죄로 뒤집힌 점이다.

판결문에는 2차 작전시기 김 여사가 증권사 담당자에게 “그분한테 전화 들어왔죠?” “또 전화 왔어요? 사라고?” 등을 묻는 통화 녹취록이 나온다. 주포 김씨가 민씨에게 매도주문을 말한 직후 증권사 직원이 김 여사에게 매도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김 여사가 주식거래 일부를 파악하는 식으로 챙긴 점이 나온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김 여사가가 해당 거래를 스스로 판단해서 직접 거래를 했거나,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맡겨서 해당 직원이 계좌를 운용한 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권 전 회장 등의 의사로 (주가조작에 김 여사 계좌가) 운용됐다”고 밝혔다. 계좌 자체가 주가조작 범죄에 이용되긴 했지만 실제로 김 여사가 이 주가조작 행위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이번 사건 판결문 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직접 운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방조죄 혐의에서 유죄가 나온 전주 손씨에 대한 판단과도 연관된다. 당초 1심에서 재판부는 손씨의 행위가 “독립적 판단에 의해 거래한 것으로 보이고 시세조종에 관여한 것으로 볼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선 계좌 운용 주체를 따져 유죄로 봤다. 손씨가 평소 짧게 매도·매수를 한 패턴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유독 장기간 보유한 점 등은 “시세조종에 협조한 양상”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주포 김씨의 진술 등을 종합해 “손씨가 주가조작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판결했다.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이 나온 김 여사의 경우 이 범행을 ‘미필적으로 인식 또는 예견’ 했는지는 앞으로 검찰이 규명해야 할 핵심 사안이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도 범행 일부라도 인식했거나 예견했는데 범행을 저질렀다면 방조죄가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조만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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