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성급한 ‘두 국가’ 논쟁, 정작 정부는 색깔론밖에 할 게 없나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성급한 ‘두 국가’ 논쟁, 정작 정부는 색깔론밖에 할 게 없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9일 9·19 공동선언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현시점에서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라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는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하고, 통일부도 정리하자고 했다. 그는 “통일을 유보함으로써 평화에 대한 합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전대협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은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화두로 정치했고, 문재인 정부 때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그런 그가 “통일, 하지 말자”며 두 국가론을 들고 나오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에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이종석 전 장관이 임 전 실장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지원·정동영·김민석 의원은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주장에 대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며 임 전 위원장 입장과 거리를 뒀다. 여당에선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식의 색깔론이 쏟아졌다.

임 전 실장이 ‘두 국가론’을 제기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대화는 끊기고 군사적 긴장은 치솟는 중이다. 대북 적대·흡수 통일 기조인 윤 대통령의 8·15 메시지는 남북 대치와 긴장만 더욱 높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1991년 남북합의서 규정마저 폐기하는 건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의 주도적 발언권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한다고 해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으로 치닫는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올지 의심스러울뿐더러, 지금 어렵다고 헌법 영토조항까지 삭제하자는 건 미래의 통일 논의까지 닫아버리는 매우 섣부른 주장이 될 수 있다.

임 전 실장의 ‘두 국가’ 주장에 논란이 따르는 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고 평화·통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모색하는 생산적 논쟁이 되어야지, 색깔론으로 덮을 게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북한 오물풍선과 미사일, 대북 확성기 소리가 한반도 상공을 날아다니는 불안한 상황이다. 남북 대화 한번 없이 아무런 실효적 대응도 못하는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