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대표, 윤 대통령에 성난 민심 전하고 답 찾아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4일 용산에서 만찬 회동을 갖는다. 한동훈 대표는 심도 있는 현안 논의를 위해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23일 거부했다. 아예 이번 회동이 “신임 지도부 격려 자리”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국정 난맥에 화나고 불안한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이번 회동의 무거움을 대통령실이 알고는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한 대표는 독대 여부에 상관없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성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해 독단·불통의 국정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

당정 회동은 당초 지난달 30일 예정됐다가 한 대표가 정부와 다른 의·정 갈등 해법을 공개한 뒤 돌연 연기됐다. 이번에도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추후 협의할 사안”이라며 거부해 매끄럽지 않은 당정관계 실상만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가 독대 논란으로 묻히는 데 못마땅해하는 기류였다는 후문도 들린다. 국정 논의를 우선해야 할 대통령과 여당 대표 회동을 감정 다툼으로 소비할 만큼 국정 상황이 한가한지 대통령실 인식에 어이가 없다. 야당도 아닌 여당 대표 독대조차 수용 못할 정도로 옹졸하고 아집에 차 있는 건가. 그러니 국민이 신뢰를 접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이전과는 다른 절박함으로 결단해야 한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약속을 차일피일 미뤄온 것처럼 ‘민심과 윤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로는 작금의 비상시국을 타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20% 국정 지지율이 말하듯 민심은 이미 ‘심리적 탄핵’ 수준이다. 민심을 가감 없이 강력하게 전하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도 “국정 방향은 옳다”는 식으로 고집부릴 상황이 아니다. 국민 신뢰를 더 이상 잃는다면 4대 개혁은커녕 일상적 국정 운영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장 당정이 답을 찾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의·정 갈등 해법이다.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개입 등 김 여사가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의혹은 숱한데, 마치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나선 공개 행보는 국민 분노만 키웠다. 의료대란도 하루하루 심각해지는데 정부는 ‘개혁을 위한 진통’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의료는 단순한 개혁·반개혁이 아닌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도외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번 회동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정이 민생 난국과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하는 전환적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그에 부응하는 것만이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버티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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