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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과제 세 가지

입력 2024.09.24 20:55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은 1147조원이다. 1988년 이후 연금보험료 등 826조원과 운용수익금 680조원으로 1500조원 넘게 조성했고 연금급여 등으로 약 360조원을 지출한 결과다. 이 정도 규모면 GDP 대비로는 세계 최대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불과 3년 뒤인 2027년부터는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밑돈다고 한다. 그러니 연금급여 재원을 어떻게든 보험료 기금으로 마련하려는 입장에서는 더 내거나 덜 받는 ‘개혁’을 미룰 수 없다. 그럴 때면 으레 매우 높은 기금운용 수익률에 대한 요구도 함께 등장하곤 한다. 운용수익금을 최대로 늘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더 많은 재무적 위험을 무릅쓰면서 그 시점을 몇해 더 미룬다고 될 일이겠는가.

물론 사적기금이고 위험 수준이 동일하다면 높은 재무적 수익률은 가입자에게 최선의 목표다. 그러나 공동체 전체가 고령인구를 함께 부양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계약이 포함된 공적기금의 경우라도 과연 똑같이 그럴까.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초과하는 기금 성장기를 배경으로 위험자산과 해외자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자산 배분에 있어 재무적 수익률의 극대화를 절대 목표로 추구해왔다. 그 결과 2000년 이래 작년까지 달성한 연평균 수익률 6.05%는 캐나다 연금투자(6.57%)나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6.43%)에는 못 미쳐도 노르웨이 국부펀드(5.63%), 네덜란드 공적연금(5.31%), 일본 후생연금펀드(3.87%)에 비하면 나쁘지만은 않은 실적이었다.

문제는 미래 기금운용 여건에 큰 변화가 닥쳐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에 미치지 못하는 시기가 도래하면 순차적으로 자산을 매각해야 하고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수익률 극대화를 제약하는 요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금 사이클을 감안한 운용 방향 재설정은 먼 훗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대체투자 분야에 우선 도입되어 5년 동안 위험자산 비중 상한을 65%로 고정시킬 기준포트폴리오 접근법이 기금 감소기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담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한쪽에서는 기금이 바닥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마치 기금 성장기가 지속될 것처럼 전제하는 운용 방침을 고수하는 셈이다. 기금 감소기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첫 번째 과제다.

단기적인 재무적 수익률 극대화가 이미 절대 목표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물음은 그간 사실상 봉쇄되어왔다. 그러나 국민 다수의 노후를 책임지기에 그 제도적 지속 가능성이 곧 해당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공적연금의 운용 원칙은 궁극적으로는 공공선의 실현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지향해야 마땅하다. 대규모 공적기금이라면 좀 더 장기적인 견지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 지속성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연금 의무가입자의 다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의 인식이자 요구이다.

예를 들어 사회서비스 공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국채 수익률만큼의 재무적 수익률을 실현하면서도 사회적 안전 확충과 일자리 창출로 후세대의 부담 능력을 지원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왜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사회 재생산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불안정도 해소될 리 없다. 공적연금이라면 재무적 수익률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익률까지 고려해야 옳은 것이다. 그것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두 번째 과제다. 이제라도 기금 포트폴리오에 적정 수준의 사회적 투자 몫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있어서는 지배구조상의 가입자 대표성에 대한 실질적 존중이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세 번째 과제다. 국민연금은 강제 가입이다. 그럼에도 기금의 제도나 운용 방침상의 변경에 있어 가입자 대표의 의견 표명이 차단되고 의사결정 참여가 침해된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도 부합하지 않고 특히 비민주적인 것이다.

그러나 현재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보면 민주노총 위원의 경우 작년 3월에 해촉된 이후 아직까지도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표하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기금운용에 대한 의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원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안은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다. 오늘 기금운용 지배구조의 이 왜곡된 현실은 반드시 조속히 바로잡혀야 한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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