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종용’ 사건 재판에서 현직 경찰관이 SPC그룹에 대한 수사상황을 SPC 임원에게 알려주고 대응전략까지 조언한 통화 녹취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SPC 그룹은 이를 토대로 수사상황에 대비해 예행연습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승우)는 25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를 탈퇴할 것을 지시·강요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 피고인 19명에 대한 10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구속기소된 백모 홍보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2022년 4월 고용노동부 성남고용지청이 SPC 그룹의 노조 탈퇴 종용 사건과 관련해 임원진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이후 현직 경찰관이 백 전무와 주고받은 통화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해당 압수수색은 2021년 6월 경향신문이 전직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폭로로 사측의 노초 탈퇴 종용 문제를 다룬 단독보도 이후 민주노총 측에서 고소를 제기한 데 따른 수사상황이었다.
압수수색 이후 임원들의 휴대전화와 PC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이 진행됐는데 이때 경찰청 소속 김모 경위가 백 전무와 통화하면서 수사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경위는 2022년 5월4일 “민감한 거라 말 안 하려 하다가 선배 회사 차원에서 사실 조사를 하실 필요가 있는 것 같다”며 “(수사에서) ‘뼈대가 나왔다’는 말이 있다”고 일러줬다. 그러면서 “(SPC가) 어느 선에서 총대를 맬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책임을 질 놈, 걔만 자르면 되는 것 아니겠나”고도 말했다.
김 경위는 해당 사건의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2년 투투’거든요. ‘(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 정도가 나올 것”이라며 “가르마를 확실히 타놔야 돼요. 어디까지 볼 것인가, 인정을 할 것인가”라고 알려줬다. 백 전무는 김 경위와의 대화 내용 대부분을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백 전무가 SPC 그룹 내 한국노총 소속 김모 피비파트너즈 상무와 대응을 논의하면서 말을 맞춘 정황도 공개됐다. 포렌식 때 참관한 변호인을 통해 확인한 목록 등 내용을 토대로 김 상무는 백 전무와 통화에서 “5000만건 다 뒤져서 연습을 해봤는데, 리허설을 해보니까 이제 X 된거야”라고 말했다. 백 전무와 김 상무가 대응 시나리오를 논의하는 통화 녹취는 다수 나왔다. 이들은 책임자로 정모 피비파트너즈 전무를 내세웠다는 정황도 나왔다. 실제 노동청 조사 당시 정 전무는 “민주노총 탈퇴는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백 전무는 김 경위와는 “언론사 사회부장인 친동생 소개를 받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 전달 대가로 상품권을 준 거냐”고 물었고, 백 전무는 “맞는데, 대가성은 아니고 (김 경위가) 혼자 살아서 준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SPC 그룹은 검찰 수사관(6급) 김모씨로부터 수사 정보를 받고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씨는 구속기소돼 지난 7월 징역 3년에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