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했던 사람을 죽인 건…

사진·글 권도현 기자
[금주의 B컷]살려고 했던 사람을 죽인 건…

“삶의 희망이 무너졌네. 장애가 있어도 가족을 위해 살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 하니 너무 허무하네.”

홀로 두 아들과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안마소를 운영하던 시각장애인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짤막한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계산 등의 업무 처리에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안마소가 있던 지자체로부터 “5년간 활동지원 급여 2억원가량을 환수조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뒤였다.

지난 23일 서울역에 마련된 시각장애인 안마사 장성일씨의 추모분향소를 찾았다. 가을볕이 따가웠지만, 그를 추모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장씨처럼 1인 안마사업장을 운영하는 이는 “시각장애인은 카드를 결제하는 것도,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데 (정부는) 규정만 들이대며 활동지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며 “우리는 평생 연금이나 받으면서 수급자로 살라고 하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2019년에도 경기 김포에서 50대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활동지원 제도 위반으로 추징금을 맞고 자살을 시도했다. 올해 초 수원의 60대 시각장애인도 똑같은 일로 수천만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살려고 했던 사람이 행정 때문에 결국 죽게 됐다.” 시각장애인 추모객의 서럽고 애통한 한마디가 분향소를 맴돌았다.


Today`s HOT
월식 전의 보름달, 관람하고자 모인 사람들 마이애미 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위한 명절, '푸림' 기차를 끌어 기네스 인증 받은 레슬링 선수 마흐루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인력 감축에 항의하는 사람들 갑작스런 토네이도로 아수라장된 피코 리베라
유소년 선수들 만난 이글스 스타 콘 바클리 나폴리서 규모 4.4 지진, 새벽부터 놀란 시민들
안개가 자욱한 호주 캔버라의 모습 BNP 파리바 여자 테니스 경기 우승자, 벨린다 벤치치 아세안 국가 중 GDP 성장 최고인 베트남의 모습 인도 홀리 축제 준비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