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자기 인형의 모험
최정인 글·그림 | 브와포레
64쪽 | 2만2000원
작은 바구니 안의 도자기 인형은 넓은 세상이 궁금하다. 비록 낡은 촛대와 때 묻은 인형, 오래된 책들 사이에서 할인 표시가 붙은 채 놓여 있지만, 인형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멋진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믿는다.
어느 비 오는 날 골동품 가게 주인이 급히 짐을 정리하다 인형을 바닥에 떨어트리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인형은 말 없는 소년, ‘야간비행사’를 자처하는 회색곰 인형, 참새, 노래하는 여치, 청설모를 만난다. 인형은 마침내 개와 함께 산책 나온 소녀의 눈에 띈다. 인형을 발견한 소녀는 먼저 인사한 뒤 해가 드는 창가에 인형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탁자 한쪽에 목발이 있는 것으로 봐서 소녀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작은 도자기 인형의 모험>은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작은 인형이 세상을 떠돌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이 인형은 바닥에 떨어져도 주인이 알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우연히 주운 소년도 그냥 버려두고 갈 정도로 특별하지 않다.
하수구로 쓸려 들고, 쓰레기차에 실리기도 한다. 이동 경로만 보면 슬프고 비참한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인형은 우주같이 넓은 긍정의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다.
세상을 떠도는 동안 얼굴과 목에는 실금이 생기지만, 인형은 개의치 않는다.
인형은 혼자가 아니다. 각종 생물은 물론 빗방울, 밤하늘의 별, 차고 기우는 달, 소리 없이 내리는 눈까지 세상의 구성 요소이자 자신을 감싼 환경으로 이해한다. 소녀는 이런 인형의 행동을 ‘용기’라고 부른다. 다리가 불편한 소녀도 그 용기를 배울 것이다.
종이에 구아슈(수채 물감 종류)와 색연필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 힘차고 화사하다. 특히 비, 강물 등 물 표현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