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된 인공지능(AI)의 상용화는 누구나 AI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로 탈바꿈시켰다. 그 변화 양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변화의 가속도는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자고 일어나면 AI 뉴스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연이어 등장하는 새로운 AI 기술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버거울 정도이다. AI는 연예, 스포츠, 쇼핑, 금융, 여행 등 일상생활 영역에서부터 심지어 전쟁뿐만 아니라 범죄 수단으로까지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손쉽게 이용하는 배달 앱이나 쇼핑 앱 이면에 작동하는 거대 AI에서부터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 업무 자동화 시스템,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AI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과도한 AI 의존으로 인한 고용 불안뿐만 아니라 정보 과부하, 독창성 상실, 맹목적 효율성 추구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AI 기술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우리의 본질적인 인간다움을 위협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AI의 독성에 어느새 중독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AI 기술의 미래 전망이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AI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년간 AI 업계에 집중된 관심과 막대한 투자가 기대 이하의 이익을 거두면서 조만간 AI 산업의 거품이 걷히고 관련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리란 전망도 나오곤 한다. 마치 1990년대 중반의 ‘닷컴버블’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AI 시스템의 도입으로 해고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은 차라리 이 열기가 거품이라면 좋겠다고 여길 정도이다. 시간이 갈수록 AI 기술은 그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우리에게 드리우는 그림자 또한 점점 짙어지는 듯하다.
무엇보다 AI의 미래 전망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실업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심지어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인재들조차도 AI가 업무에 전면 도입되면서 해고되거나 해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AI를 만든 사람들이 AI 때문에 해고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경우 2020년 2월 이후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 공고가 30% 이상 감소했고, 올해 1월 이후 이른바 디지털 기술기업들이 약 13만7000개의 일자리를 없앴다고 보도했다. AI는 ‘고통’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지혜롭게 지켜나갈 방법은 없을까. 각자가 AI와의 관계 속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거대 담론이나 대책 이전에 먼저 ‘AI 디톡스’를 권해보고자 한다.
디톡스는 말 그대로 ‘독소를 빼내고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수행을 해보거나 그마저도 어렵다면 일정 기간만이라도 의도적으로 AI 사용을 줄이거나 중단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편리함과 효율성에 사로잡혀 AI가 끊임없이 제공하는 정보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조사하고 공들여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옛일이 되었다. AI가 알아서 초고속으로 정교하게 업무를 처리해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다. AI에 의존하다 보니 자신만의 감성이나 독창적이고 기발한 사고능력을 발휘할 이유도 없다. 생성형 AI 등장 후, 수많은 AI 이미지와 엄청난 양의 정보 속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각자만의 깊은 사유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해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운전 중이라면 빨간불일 때 ‘명상 시작’, 녹색불에 ‘명상 끝’ 하면서 아주 잠시라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많은 데이터를 채워놓고 알고리즘이 있어야만 작동하는 AI가 마음을 비우고 텅 빈 고요로 향하는 내면을 구현할 순 없다. 외부 대상을 쫓아다니며 헐떡이는 산만한 마음을 내려놓고, 텅 비어 있으면서도 또렷이 깨어 있는 마음 상태야말로 진정한 ‘AI 디톡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