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근무 때 옷 벗고 태닝하고, 불법체류 여성 노래방 불러내고…해경 ‘얼빠진 비위’

안광호 기자

5년간 징계 직원 460명 달해

욕설·갑질에 후배 직원 ‘자살’

‘흰머리 뽑아라’ 요구 사례도

[단독] 근무 때 옷 벗고 태닝하고, 불법체류 여성 노래방 불러내고…해경 ‘얼빠진 비위’

A해양경찰서 소속 B구조팀장은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거의 매일 낮 근무시간에 구조대 옥상에 올라가 탈의를 한 후 몸에 오일을 바르고 2~4시간씩 태닝을 했다. B팀장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고 개인적 심부름도 시켰다. 이 직원은 B팀장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직원이 남긴 유서에는 “첫 근무지인 A해경에서 B팀장을 만난 후 우울증까지 생기면서 인생이 점점 꼬이는 것 같다”고 적혀 있었다.

C해양지방청의 한 직원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부하 직원에게 32시간의 사이버 강의 대리 수강을 맡기고, 수시로 자신의 흰머리를 뽑을 것을 요구했다. 이 직원은 또 본인이 사용했던 25만원 상당의 캠핑 용품을 부하 직원에 강매하고, 본인의 결혼식에 올 하객의 인원 파악과 식장 안내 등을 시켰다.

D해양경찰서 직원은 지난해 4월 피의자인 베트남 여성에게 조사가 필요하다며 밤 늦은 시간에 수 차례 노래방으로 불러냈다. 이 직원은 같은 해 11월엔 직무 관련자인 수산물 가공업체 대표들에게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 등을 빌미로 식사 접대 등을 요구했다.

최근 5년간 직무태만, 성비위, 음주운전 등 각종 비위로 징계를 받은 해경 직원이 46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경은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5년간 464건의 징계 조치를 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57건, 2021년 80건, 2022년 141건, 2023년 113건, 올해 1~8월 73건 등이다.

주요 비위 유형별로는 직무 태만(67건), 음주 운전(54건), 성범죄 및 성비위(47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47건), 금품 및 향응 수수(23건) 등 순이었다.

해경 비위행위에 따른 징계 조치는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중징계인 파면이 15건, 해임은 36건, 강등 40건, 정직 109건, 감봉 126건, 견책 138건 등이다.

임 의원은 “해경의 조직 관리와 내부 통제, 직원들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라며 “공직자의 윤리 의식과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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