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6일부터 5박6일간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한다.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등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순방 일정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6~7일 필리핀, 7~9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첫 방문지인 필리핀은 올해 한국과 수교 75주년을 맞는다. 한국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동포 만찬 간담회,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한·필리핀 비즈니스포럼 등의 일정을 수행한다. 김 차장은 “1억명이 넘는 인구와 니켈, 코발트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나라로 대한민국의 기술·자본과 결합할 때 상호 보완성이 높은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두 번째 방문국인 싱가포르에선 국가원수인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 면담,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특히 9일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동남아연구소가 주최하는 ‘싱가포르 렉처’ 강연을 한다.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 자유·평화·번영을 확장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게 될 것인지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10일에는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기회에 한·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갖는다. 베트남, 태국 등과의 양자회담도 실시한다. 11일에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한 뒤 귀국한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선 양측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14년 만에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전망이다. 김 차장은 “한·아세안 관계가 최상의 상태에 이른 증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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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라오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일본 총리가 라오스에 온다는 것을 전제로, 한·일 간 현재 양자회담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NHK는 “이시바 총리가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개인적인 신뢰관계 구축에 힘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셔틀 외교’의 취지를 이어가는 등 양국 관계 발전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일 3국 정상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같이 자리를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된다”며 “불과 몇 달 전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됐으므로 한·중·일 3국 간 정상회의는 이번 아세안 계기에 추진되지 않아도 될 듯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리창 중국 총리와는 지난 4월 별도로 긴 시간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며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가 이번 아세안을 계기로 중국 총리를 염두에 둔 정상회담은 논의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