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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신나게”…이태원 수놓은 ‘드래그 아티스트’ 행진

입력 2024.10.03 19:25

수정 2024.10.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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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드래그는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 행위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다. 문재원 기자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드래그는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 행위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다. 문재원 기자

개천절인 3일 서울 용산구 해방촌은 휴일을 맞아 인파로 북적였다. 연인이나 친구와의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화려한 화장과 복장에 무지개 깃발을 들거나 몸에 두른 이들이 해방촌과 이태원 일대 거리를 활보했기 때문이다. ‘서울드랙퍼레이드2024’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드래그(drag)는 성별이나 성 정체성과 상관없이 의상과 화장, 행위 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예술 장르다. 드랙퀸(예술이나 오락·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남성)이자 인권활동가인 ‘허리케인 김치(활동명·34)’와 ‘알리 베라(활동명·29)’가 2018년 처음 연 이 행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행사나 콘서트 등으로 대체됐다. 이날 행진은 5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다시 열렸다.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주최자인 ‘알리 베라’(왼쪽)와 ‘허리케인 김치’(오른쪽)가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주최자인 ‘알리 베라’(왼쪽)와 ‘허리케인 김치’(오른쪽)가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오랜만에 퍼레이드를 하니, 기쁘고 설레요.” 올해 퍼레이드 상징색인 핑크색을 머리카락과 의상에 녹인 허리케인 김치가 말했다. 그는 드래그가 “나 자신을 탐방하고 표현하는 도구”라고 했다. 허리케인 김치와 알리 베라는 ‘드래그 문화’를 늦은 밤 클럽에서 성인들만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닌, 연령과 젠더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이 2018년 퍼레이드를 시작한 이유다.

드래그 아티스트와 퀴어 당사자들은 5년 만의 행진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빨간 얼굴로 분장한 유니티(활동명·42)는 출생 성별이 여성이면서 정체성은 바이섹슈얼(양성애자)인 드래그퀸 아티스트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는 행진을 마친 다음 열리는 공연에서 ‘잘못된 몸’에 갇힌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환영해주는 분위기에서 함께 걸을 생각을 하니 즐겁다”고 했다.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유니티’(왼쪽) 등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유니티’(왼쪽) 등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외국인·퀴어를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해방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해방촌에서 시작해 이태원을 경유해 다시 해방촌으로 돌아오는 경로는 2019년 퍼레이드와 같았지만 휴일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참가자들은 말했다. 퍼레이드를 몰랐다가 동참한 이들도 있었다. 김지원씨(27)와 신숙우씨(27)는 “이 문화를 잘 알지 못하지만, 재미있어 보인단 생각에 줄을 섰다”고 했다. 김씨는 드래그 아티스트인 유튜버 ‘보리’의 영상을 보며 드래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오후 4시가 되자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내용의 팻말을 든 알리 베라가 환호성을 지르며 행진의 시작을 알렸다. 200여명이 주최자 2명의 뒤를 따랐다. 경찰이 앞에서 1개 차로를 따라 진행되는 행진을 인도했다. “해방촌·이태원은 성소수자 친화적인 동네예요.” 알리 베라가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공연을 했다면서 “그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반대하는 사람이 많고 무서웠다”고 했다.

퀴어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경찰이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반월당사거리 인근 달구벌대로에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지 범위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퀴어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경찰이 지난달 28일 대구 중구 반월당사거리 인근 달구벌대로에서 ‘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지 범위를 두고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흰 드레스에 반짝이는 숄을 걸쳐 입은 알리 베라는 행진 도중 공작새처럼 숄을 펼쳐 보이며 포즈를 취했다. 알리 베라는 “드래그는 화려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의 존재를 무시하지 말고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을 범성애자(모든 성별에 정서적·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라고 소개한 김나(활동명·25)는 “정체성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가시화되면서 낯선 느낌을 지워가는 게 중요하다”며 “퍼레이드가 있다는 것만으로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며 행렬에 손을 흔드는 이도 있었다. 딸과 함께 해방촌을 찾은 고은경씨(39)는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거나,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을 뿐 생각보다 많다”며 “시대가 변하면서 용기를 내 자신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딸에게 말해줬다고 했다. 딸 장예원양(10)은 “예쁘게 꾸민 사람들이 지나가니 재미있고, 멋있었다”고 했다.

행진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늦은 오후엔 해방촌의 가게에서 드래그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열렸다.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2024 서울드랙퍼레이드가 열린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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