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왜 이런 일이’ 연연하지 마세요

김한솔 기자
[책과 삶] ‘내게 왜 이런 일이’ 연연하지 마세요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 | 김문주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 420쪽 | 1만8500원

로또에 당첨되는 행운이 일어났을 때 그 일에 마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생긴 이유가 있을 거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남을 위로한다. 종교적 믿음 때문이든, 아니면 괴로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든, 대체로 사람들은 기쁜 일보다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으려 든다. 그런데 정말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을까?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의 저자 브라이언 클라스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많은 일들은 ‘무한에 가까운 우발성’에 의해 일어난다. 2001년 가을, 일레인 그린버그는 명화 넥타이를 매는 것을 즐기는 동료 조지프 로트를 위해 모네의 ‘라바쿠르의 일몰’이 그려진 넥타이를 샀다. 뉴욕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만나기로 한 둘은 학회 전날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로트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학회 장소인 세계무역센터에서 조식을 먹기로 스케줄을 바꿨다.

약속 당일, 선물을 받은 로트는 그 넥타이와 어울리는 셔츠로 갈아입기 위해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몇 분 뒤 그린버그는 9·11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로트는 살았다.

클라스는 여기서 로트가 처음 명화 넥타이를 산 순간으로 시간을 돌린다. 로트는 오래전 우연히 들어간 미술관에서 인상주의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됐다. 만약 그때 미술관에 안 갔다면 그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그런 선물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더 돌려보자. 모네는 훗날 자신의 그림이 프린팅된 넥타이로 인해 어떤 사람이 목숨을 구할 줄 알았을까?

작가는 세상이 복잡하게, 우발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모든 사람이 평생 하는 모든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아름다운 함의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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