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 선물받아도 처벌 못하는 ‘청탁 방조’ 청탁금지법

김혜리 기자

공직 배우자 ‘처벌 조항’ 미비

법 개정 당시에도 ‘허술’ 논란

직무관련성 적용 해석 분분

“구멍 난 입법 보완 필요” 지적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 선물받아도 처벌 못하는 ‘청탁 방조’ 청탁금지법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사진)를 불기소하면서 청탁금지법의 허술한 규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 부인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선물을 받았음에도 청탁금지법을 피해 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검사’ 사건 등을 계기로 도입됐다. 고가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들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 가는 사례가 생기자 뇌물죄 등 기존 부패방지 관련 법률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명목과 관계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다.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것과 같은 액수의 금품을 수수·요구·약속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조항이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검찰은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김 여사를 불기소했다.

법 제정 당시에도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 규제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배우자 사생활까지 규제해선 안 된다는 입장과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 금품 전달을 차단하려면 공직자와 동일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공직자 직무와의 관련성을 따지고, 금품을 받아도 처벌하지 않는 지금의 법 조항은 타협의 결과물이다. 입법 미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탁금지법은 서로 모순되거나 해석이 엇갈리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어 행정·수사기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사람에 대해 직무관련성을 따져야 하느냐가 대표적이다. 청탁금지법 8조 5항은 “누구든지 공직자나 그 배우자에게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직무관련성’이란 명시적 문구가 없고, 판례도 충분히 누적되지 않아 전문가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린다.

하지만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배우자에게 금품을 준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법률가가 많다. 한국부패방지법학회 회장인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금지법 8조 5항은 직무관련성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줬다는 것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탁금지법의 ‘구멍’들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 배우자도 특정 금액 이상을 수수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며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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