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 부과 확정…‘기권 12표’가 보여준 딜레마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찬성 10개국, 반대 5개국, 기권 12개국

기권표 유럽의 대중국 정책 딜레마 반영

EU “중국과 계속 협상해 나갈 것”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 로이터연합자료이미지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 로이터연합자료이미지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회원국 투표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추가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확정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산 전기 자동차에 확정 관세를 부과한다는 제안이 회원국으로부터 필요한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EU 조사에서 확인된 해로운 반보조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계속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는 각 회원국의 찬반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유럽 언론 취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회원국 투표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10개국은 관세 부과를 지지했다. 독일과 헝가리를 포함한 5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12개국이 기권했다. 벨기에, 체코, 그리스, 스페인 등이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 관세가 시행되려면 EU에 가입된 27개국 가운데 전체 인구의 65%를 대표하는 15개 회원국(EU 회원국의 55%)이 찬성을 결정해야 한다. 기권표는 찬성으로 간주된다.

상계관세는 오는 11월 5일부터 5년간 부과된다. 관세율은 기존의 표준 수입 관세 10%에 자동차 회사별로 정해진 7.8%~35.3% 범위 내의 추가 관세를 더해서 결정된다. 테슬라는 17.8%, 지리는 28.8%, 상하이자동차(SAIC)는 45.3%의 관세를 물게 된다.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규모와 EU의 반보조금 조사 협력 정도에 따라 업체별로 관세율에 차등을 뒀다.

유로뉴스는 기권이 많은 것은 유럽이 중국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고민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단결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개별 국가들은 중국의 무역보복이나 투자 약속을 먼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은 중국에 진출한 자국 자동차 업체의 피해를 우려해 처음부터 고율 관세 부과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이날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물리는 것은 신 경제 냉전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돼지고기 수출 비중이 높은 스페인은 협상 기간 중국에 수소 등의 투자를 약속받고 찬성 대열에서 이탈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유럽은 중국 자동차 업계가 놓쳐서는 안 되는 ‘빅 시장’이다. 중국은 막판까지 총력을 다해 협상을 진행했으며 유럽 역시 중국이 강대강 무역 보복조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독일 마셜 펀드의 수석 연구원인 노아 바킨은 “미국 시장이 문을 닫아건 상황에서 중국에는 유럽 시장이 정말 필요하다”며 “EU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대응하겠지만 정도가 과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U위원회는 수출이 필요한 중국의 연간 300만 대의 여유 생산 용량이 EU 시장의 두 배 규모라며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설명해 왔다. 그러면서도 협상의 문을 열어놓았다. 마틴 루카스 EU집행위원회 무역방어국장은 지난달 30일 유럽 의회에서 “조사 결과가 반드시 협상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양측이 합의하면 관세가 발효된 후에도 폐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앞서 유럽 수출품 가격에 하한선을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을 두고 양측의 협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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