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무슨 일이? 현대차·기아 판매량 2배 늘어

신차 구매 비용이 높고 차량취득권리증이 있어야 하는 등 자동차 사기가 까다로운 싱가포르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차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네번째)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싱가포르 정부 인사들이 지난해 11월 열린 싱가포르 혁신센터 준공식에서 현지 생산한 아이오닉 5 자율주행 로보택시 1호차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토교통청에 등록된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신차 등록대수는 15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6대와 비교해 106%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는 신차 등록대수가 지난해 상반기(333대)보다 182.6% 늘어난 941대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에서는 도심 공해, 교통 체증 등의 이유로 차량취득권리증(COE)을 구입해야만 신차를 살 수 있다. COE는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경매 시장에서만 사고팔 수 있는데, 1600cc 이상 자동차는 10만싱가포르달러(약 1억13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 아반떼급 승용차를 1억원 이상 내야 살 수 있는 셈이다. 또 등록세, 도로 이용세 등 각종 세금도 만만찮다.

신차 구매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현지 시장에서 선전한 것은 지난해 11월 설립된 싱가포르 거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가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서부 주롱 지구에 있는 싱가포르 혁신센터에서는 자동차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전기차 생산도 가능하다.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한 아이오닉 5도 이곳에서 만든 차량이다.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도 지난 7월부터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1월 준대형 전기 SUV EV9을 현지에 출시했다. 니로 전기차(EV)도 판매 중이다. 지난 8월부터는 카니발 하이브리드도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4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경유를 사용하는 공영 버스 6000대 가운데 절반을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디젤차, 디젤 택시의 신규 등록도 중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