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뛰어내릴” 수 있을까

양권모 칼럼니스트
한 대표는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 위해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진정 그런 결기라면 ‘김건희 리스크’가 정권의 밑둥을 흔들고, 윤 대통령의 퇴행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 “뛰어내릴” 때인지 모른다.

한 대표는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 위해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진정 그런 결기라면 ‘김건희 리스크’가 정권의 밑둥을 흔들고, 윤 대통령의 퇴행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 “뛰어내릴” 때인지 모른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녹취록에서 특이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종 ‘저게’ ‘꼴통’이라고 말하면서, 김건희에 대해서는 시종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일종의 두려움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용산에서 ‘영부인 권력’의 위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니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 하는 여사”를 위해 이른바 ‘한동훈 공격 사주’를 벌였을 터이다.

“여사가 한동훈 때문에 지금 진짜 죽으려고 하더라. 배은망덕한 거지. (한동훈) 그 XX. 다섯 번씩이나 문자를 보냈으면 답변을 한두번은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인간적으로 좀 배신감을 넘었다. 그 XX 키워준 사람 아니냐. 막말로 외국 갔다 오면 넥타이도 선물해주고 그랬다는 거 아니야. 근데 이렇게 밟고. 근데 또 이제 당 대표까지 해봐라. 이번에 그거 잘 기획해서, ‘서울의소리’에서 한동훈을 치면 아주 여사가 좋아하겠는데.”

“한동훈 때문에 죽으려 하는” 김 여사의 존재가 듣도보도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윤·한 갈등’의 근인이다. 애초 ‘윤·한 갈등’의 뿌리는 김건희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김 여사 문자를 ‘읽씹’한 것이 ‘윤·한 결별’의 결정적 계기였다. 총선 당시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운위했다고,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던 윤 대통령이다.

이번에도 ‘김건희 문제’다. 한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명품백 수수에 대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시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 곧이어 한 대표가 독대 신청을 했고, 대통령실은 묵살했다. 의정갈등 문제도 있지만, ‘김건희 사과’를 거론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거듭된 독대 요청을 묵살한 윤 대통령은 대신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만을 용산에 초청해 “우리는 하나” 건배사를 외쳤다. ‘김건희 특검법’이나 ‘김건희 국정감사’에 단일대오로 대응하자는 모임에 의도적으로 한 대표를 배제한 모양이다. 대놓고 ‘우리’에서 한 대표를 뺀 꼴이다. 고약한 ‘정치적 따돌림’이다.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대통령이 아예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한 대표로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가뜩이나 당내 세력도 부족하고, 정치력도 일천한 한 대표로서는 대통령과 친윤 원내대표의 스크럼을 뚫고 나갈 재간이 없다. 전당대회 기간에 약속했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은 당내 반대를 설득할 요량이 없자 일찌감치 후퇴했다. 갈수록 여권을 옥죄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선 “사과해야 한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내놓은 여야의정협의체 구성도 의료계와 대통령실의 외면으로 진척이 없다. ‘독대 마찰’에서 보듯 윤 대통령은 한동훈의 성취를 절대 바라지 않는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여권의 가장 큰 리스크는 김건희 여사”라는 데 공감한다. 명품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에 이어 공천 개입 논란, 당무 개입 의혹 등 낯부끄러운 일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영부인이 이렇게 많은 불법과 국정 농단 의혹에 휘말린 적이 없다.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불가능할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정 성공보다 ‘배우자 보호’가 우선인 듯하다. 그러니 기껏 “사과”를 말하는 여당 대표를 불구대천 원수 대하듯 한 것이다. ‘사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는 지났는데도 이마저도 못하겠다는 태도다.

윤 대통령까지 나서 단속을 했는데도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 투표 때 여당에서 이탈표가 4표 나왔다. ‘김건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다음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는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다. 만일에 ‘김건희 특검법’이 윤석열 정부의 동의 없이 가결된다면 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여권 전체가 공멸의 위기를 맞게 된다.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맞서지 못하면 한 대표의 정치 미래는 뻔하다. 공약한대로 ‘용산’에 끌려다니지 않는 여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역설적으로 한 대표에게는 ‘8표’의 힘이 있다. 대통령을 압박할 수도 있고, 대통령의 변화를 견인할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이다. 한 대표는 “나라와 국민이 잘되기 위해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진정 그런 결기라면 ‘김건희 리스크’가 정권의 밑둥을 흔들고, 윤 대통령의 퇴행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 “뛰어내릴” 때인지 모른다.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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