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8일(현지시간) 양국이 공급망,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수교 50주년인 내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의회에서 로렌스 웡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언론 발표에서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해 나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마친 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싱가포르와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을 체결했다고 밝히며 “바이오, 에너지,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가 이날 체결한 SCPA는 다자 협정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을 양자 간에 적용한 협력 체계다. 대통령실은 한국과 양자 간 SCPA를 체결한 국가는 싱가포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특히 양국 간 ‘공급망 위기 대응 시스템’을 공유해서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한다”며 “공급망 교란 발생 시에는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한국 산업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세계 3위 LNG 수입국이고 싱가포르가 LNG 교역 허브란 점을 언급하며 “에너지의 안정적인 국제 공급망 구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번 MOU를 통해 LNG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필요하면 서로 빌려주는 ‘스와프’를 할 수 있다. 박 수석은 “이번 MOU를 통해 국내 천연가스 수급을 안정시키고 LNG 도입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브리핑에서 말했다.
한국 산업부와 싱가포르 통상산업부는 ‘첨단 산업 에너지 기술 협력 MOU’도 체결했다. 첨단 제조업, 미래차,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연구개발(R&D)을 함께 한다. 또 한국 중소벤처기업부와 싱가포르 기업청은 ‘중소·스타트업 협력 MOU’도 체결했다. 양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을 서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 대통령과 웡 총리는 함께 대북 메시지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저와 웡 총리님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계기에 국제사회의 분명하고 단합된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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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주롱 혁신지구 내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를 방문해 연구원 등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의 역사에서 100년 전 포드의 컨베이어벨트와 50년 전 도요타의 적시 생산, ‘저스트 인 타임’이 중요한 혁신 사례였지만, 이제 AI와 로봇을 결합한 자율 제조라는 ‘현대차 방식’이 새로운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혁신센터가 단순 제조업이 AI 자율제조로 전환하는 미래공장의 모델 케이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AI 확산으로 대한민국 제조업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는 기존 컨베이어 벨트 대신 AI와 로봇이 ‘셀’에서 자동차를 제조하는 공정을 갖추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날 체결한 첨단산업 기술 협력 MOU, 스타트업 협력 MOU,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 등을 강조한 뒤 “두 나라가 혁신의 파트너이자, 경제 안보의 핵심 파트너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