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개 시·도급 소방본부 중 16곳은 지난해 소방본부 및 산하 소방서가 실시한 화재안전조사 결과를 10%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화재안전조사 결과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은 소방본부도 10곳이었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최근 2년간 화재안전조사 공개 현황’을 보면 전국 19개 시·도급 소방본부는 지난해 6만7153건의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계획을 공개다.
하지만 조사 후 결과를 공개한 것은 7721건(11.5%)뿐이었다. 올해 1~8월에는 전국 소방본부가 화재안전조사 계획을 총 6만5180건 공개했으나 실제 결과가 공개된 것은 1만102건(15.5%)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1~8월 모두 화재안전조사를 계획대비 10% 이상 공개한 소방본부는 대구와 강원, 부산 3곳뿐이었다. 세 곳을 뺀 나머지 지역 공개율은 지난해 1.6%, 올해 1~8월 0.5%에 그친다. 지난해와 올해 1~8월 화재안전조사 결과를 한 건도 공개하지 않은 곳도 경기남부, 경남, 경북, 대전, 세종, 울산, 인천, 전북, 제주, 충북 등 10곳에 이른다.
화재안전조사는 소방당국이 건물 등의 소방시설이 적법하게 설치·관리되는지, 화재 발생 위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활동이다. 2021년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화재예방법)을 제정할 때 기존의 소방특별조사를 화재안전조사로 개편하면서, 실시 계획 및 결과를 홈페이지 등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기존 소방특별조사는 소방당국의 조치명령에 불이행한 경우만 공개하도록 했는데, 공개범위가 적다는 지적이 있어서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 현황, 법령 위반 내용 등까지 공개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입법 당시인 21대 국회 행안위의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화재안전조사 관련 정보공개 확대를 두고는 “관계인이 자발적으로 소방시설 유지·관리 등 화재안전성능을 보강하도록 유도하고, 건물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라며 “타당한 입법조치로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소방본부는 화재안전조사 계획만 공개할 뿐 조사 결과는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화재예방법 16조에 화재안전조사 결과 공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공개된 결과 내용도 자세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구소방안전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방서별 화재안전조사 공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건물의 이름과 주소, 소방시설 및 피난·방화시설의 적합 여부만 공개돼 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물이 어디인 줄은 알 수 있지만, 어떤 부분이 부적합한지는 알기 어려운 것이다.
용 의원은 “지금처럼 화재안전조사 결과 공개율이 낮으면 소방시설 설치 상황 등을 모른 채로 시민들이 건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