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갈라놓았던 창경궁과 종묘, 이젠 서로 오가며 관람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국가유산청, 9일 양쪽 출입문 개방

13일까지 특별 개방, 이후 주말·공휴일·문화가있는날에 문 열어

창경궁과 종묘의 맞닿은 출입문이 각각 개방되면서 이제 양쪽을 오가며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의 왼쪽이 창경궁 출입문, 오른쪽은 종묘의 북신문. 궁능유적본부 제공

창경궁과 종묘의 맞닿은 출입문이 각각 개방되면서 이제 양쪽을 오가며 관람할 수 있다. 사진의 왼쪽이 창경궁 출입문, 오른쪽은 종묘의 북신문. 궁능유적본부 제공

일제가 도로(율곡로)로 갈라놓았던 서울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문이 마침내 9일 열리면서다. 관람객들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종묘에서 창경궁으로 보다 쉽게 오갈 수 있는 것이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9일부터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위치한 율곡로 궁궐 담장길 쪽 출입문을 각각 개방한다”며 “창경궁과 종묘의 기존 출입문이 아닌 율곡로 쪽 출입구를 통해 창경궁과 종묘 간 연결 관람이 가능하다”고 8일 밝혔다. 창경궁의 율곡로쪽 출입문과 그동안 닫혀 있었던 종묘의 북신문을 각각 개방하는 것이다.

종묘와 창경궁은 조선 왕조가 중요하게 여긴 공간으로 조선시대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 죽은 후 왕이나 왕비가 된 추존 왕·왕비의 신위를 모신 사당으로 조선 왕실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곳이다. 조선 왕조의 으뜸궁궐(정궁)인 경복궁과 함께 세워질 정도로 신성한 제례공간이기도 했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함께 경복궁의 동쪽에 있는 궁궐이라는 뜻에서 동궐로 불렸다.

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돼 오갈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창경궁 전경(왼쪽)과 종묘의 정전(국보). 국가유산청 제공

창경궁과 종묘가 연결돼 오갈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창경궁 전경(왼쪽)과 종묘의 정전(국보). 국가유산청 제공

숲으로 이어졌던 창경궁과 종묘가 갈라진 것은 1932년 일제가 창경과 종묘 사이를 관통하는 율곡로를 만들면서다. 일제의 율곡로 공사는 풍수지리상 북한산의 주맥이 창경궁에서 종묘로 흐르는데 중간에 도로를 놓아 끊어버리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창경궁과 종묘를 다시 연결하는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기존의 율곡로는 지하화됐고, 그 위에 산책로인 궁궐 담장길이 조성돼 2022년 7월 개방됐다. 담장길은 개방됐으나 경사가 가파른 창경궁의 율곡로쪽 출입문 구간에 무장애시설 설치 등 안전한 관람 환경조성을 위한 공사로 양쪽의 연결이 미뤄져 왔다.

약 2년의 준비 끝에 창경궁과 종묘를 오가는 길이 열리지만 개방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종묘는 제례를 올리는 엄숙한 공간으로 평일에는 시간제로 관람을 진행하는 등 창경궁 등 다른 궁궐과 관람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궁능유적본부는 “종묘의 역사성과 현재 관람 제도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창경궁과 종묘의 율곡로 궁궐 담장 길의 출입문들은 9일 시작하는 ‘2024 가을 궁중문화축전’(13일까지) 기간에는 매일 특별 개방된다.

이후에는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 문화가 있는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만 열린다. 또 창경궁과 종묘 입장권은 각각 발권해야 한다. 궁능유적본부는 “창경궁과 종묘의 율곡로 구간 출입문 개방을 기념해 9일부터 궁능유적본부 인스타그램(@royalpalaces_tombs)에서 온라인 커피 교환권 행사도 마련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누리집(royal.khs.go.kr)을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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