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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브로커가 ‘나 감당되냐’고 대통령 협박하는 나라

입력 2024.10.08 18:15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도착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의회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도착해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재보선·총선 공천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가 지난 7일 언론에 대고 “(검사에게)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될 텐데 감당되겠나. 감당되면 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그가 ‘감당할 수 있으면 구속해 보라’고 윤 대통령 부부를 협박한 것이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한낱 정치브로커가 저런 말을 대놓고 하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다.

명씨 ‘비선 의혹’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명씨와 윤 대통령은 긴밀한 관계가 전혀 아니다.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명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를 곧장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 참여를 제안했고, 자신은 윤 대통령에게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는 총선 뒤에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22년 9월 윤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불참과 관련해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본을 공개했다. 명씨는 “난 6개월마다 휴대전화기를 바꾼다. 휴대전화를 여러 대 가지고 있고, 다른 텔레그램은 그 휴대전화에 있겠지”라고 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대통령실 말대로 명씨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면 윤 대통령 부부는 즉각 명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서야 정상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 검증 보도의 일환인 윤 대통령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보도를 두고는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이라고 핏대를 세웠던 대통령실도,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 반역죄”라고 했던 여당도,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수사한 검찰도 지금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명씨 발언을 두고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뭔가 켕기는 게 있어 그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한배를 탔던 정치브로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마치 약점이라도 쥔 양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건 정권 말기에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임기가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주변에는 천공, 건진 등 명씨와 같은 자칭 정치도사들이 유독 많다. 시스템보다 사적으로 믿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성향 탓이 클 것이다. 그 후과가 지금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이 윤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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