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관리기금 협조 요청…이상식 의원 “혈세 낭비”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관리기금 484억원가량이 지출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정부가 의·정 갈등을 촉발하고 그 수습은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의료 공백 대응을 위해 편성한 재난관리기금은 총 1081억9900만원이다. 지난 4일 기준 이 중 484억6900만원을 썼다. 서울이 325억5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이어 경기 50억800만원, 부산 21억2200만원 순이었다. 대전과 전북은 집행률 100%를 기록해 편성한 기금을 모두 썼다.
재난관리기금은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하는 법정 의무 기금이다. 행안부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난 2월 이후 ‘보건의료 분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재난으로 판단하고 각 지자체에 재난관리기금 집행 협조를 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75조의2는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기관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지방재원으로 재난관리기금 및 의무예치금액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행안부는 이미 각 지자체가 재난관리기금으로 의료 공백에 대응하는 상황에서 특례를 신설하게 된 데 대해 “관련법상 공공의료기관 등 공공 분야에 제한적으로 (재난관리기금을) 지원하는데 민간병원에도 지원하기 위해 ‘의료법 제3조 제2항 제1호 가목, 같은 항 제3호 가목·바목’ 등을 명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식 의원은 “정부가 촉발한 의·정 갈등으로 혈세가 500억원 가까이 낭비됐다”며 “지역의료 강화 등을 위해 의료개혁을 한다면서 의료 공백 수습은 지자체에 떠맡긴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