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앓는 저소득층은 당뇨병이 없는 고소득층보다 자살 위험이 4.34배나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학회에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당뇨병 환자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일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환자의 사회경제적 처지에 따른 자살 관련성’ 자료를 보면 당뇨병 발병과 낮은 소득수준이 높은 자살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2012~202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30~64세 343만917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건강보험료 납부액에 따라 소득수준을 분류하고 당뇨 발병 여부까지 포함해 자살 위험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당뇨병 발병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이 낮을수록, 당뇨병이 없는 경우보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자살률이 더 높았다. 특히 두 위험요인이 겹쳐서 ‘당뇨병이 있고 소득수준은 낮을 때’ 자살 위험은 가장 높았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면서 당뇨병이 있는 경우 당뇨병이 없는 고소득층보다 자살 위험성이 4.34배 높았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4분위에서도 비당뇨인보다 당뇨병 환자의 자살 위험성이 1.25배 높았으며,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자살 위험성은 더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저소득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자살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연구 기간 동안 하위 25% 저소득층에 속한 연속 횟수가 5회인 당뇨 환자의 자살 위험은 저소득층에 속한 적 없는 비당뇨인의 2.03배에 달했다. 소득수준의 잦은 변화도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었다. 소득의 변화 정도를 4단계로 구분했을 때 소득 변동성이 가장 큰 그룹에 속하면서 당뇨병을 앓을 경우 소득 변화가 가장 작고 비당뇨인일 경우보다 자살 위험성이 1.89배로 상승했다.
당뇨병 환자군 내부에서만 분석했을 때도 소득수준에 따라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연관성은 확연히 드러났다.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4분위 당뇨병 환자에 비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자살 위험성은 3.48배나 됐다. 또 10년 연속 하위 25% 저소득층에 속한 당뇨병 환자는 지속적인 저소득 경험이 없는 환자보다 자살 위험성이 1.5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회는 생활고 등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당뇨병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지원책을 펴는 등의 정책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투병 생활은 직장 생활의 어려움, 실직, 경력단절 등 경제적 빈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저소득으로 인한 개인의 우울증은 가정의 불화나 가족의 유대감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자살로 이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뇨병 환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합병증 등으로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당뇨병 환자의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이들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도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