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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들키는 순간

“만일 내일 지구가 사라진다면,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을 할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신곡 ‘Die with the smile’을 막 듣고 난 뒤였다.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서 웃으며 잠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좀 더 역동적으로, 마지막까지 체력과 정신력을 불태울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라면 인류 멸망을 목전에 두고 거리에 피아노를 끌고 나와 마지막까지 화려한 연주를 이어가지 않을까, 바둑 고수들은 자신의 라이벌과 마지막 대결을 하겠지, 우리 검도관 사범님이라면 끝까지 대련을 하실 거야, 같은 지레짐작을 늘어놓다가 문득, 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엄청나게 몰두한 것도 없으니 집에 좋은 술이나 쟁여 두었다가 꺼내 먹어야겠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 하고많은 것 가운데 술이라니! 술을 좋아하는 속내를 들켜버렸다.

사람의 성향 같은 걸 알아내는 또 다른 게임도 있다. 지금 당장,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자성어 말하기가 그것이다. 나는 ‘팔방미인’을 꺼내 드는데, 잡다하게 이것저것 잘해 보이고 싶은 내면이 슬며시 드러난 것만 같았다. 내 지인들은 ‘역지사지’ ‘생로병사’ ‘진퇴양난’ 같은 대답을 했는데 어쩜 그리도 그들의 캐릭터와 잘 들어맞나 싶었다. 각자에게 딱 맞는 영양제를 추천할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특수한 장소에 가거나 흥미로운 상황을 경험했을 때에도 사람들의 바람이 드러난다. 얼마 전, 한 IT 회사에서 열린 개발자 포럼에 다녀와 지인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에게 “○○회사는 사용자 데이터가 수천만건에 이르고, 여기에 그래프 신경망을 써서 추천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더라”는 얘기를 했는데, 그의 반응이 나와 너무 같아 놀랐다. “와, 그런 데이터를 다뤄볼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럽네요.” 데이터를 다뤄본 경험, 그걸로 더 뾰족하게 모델을 만들어본 경험과 그때의 희열 같은 게 고스란히 묻어난 대답이었다. 그도 빨리 데이터 모아 돌려보고 싶겠구나, 라고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들은 좀 더 포괄적으로 사람들의 욕망에 접근한다. 개인 사용자들을 행렬 단위의 숫자 조합으로 표상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할 만한 것들을 추적한다.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묶어 보기도 하고, 사용자의 클릭과 감상이라는 로그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렇게 추천된 상품이, 알고 보니 사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강렬히 욕망했던 것이 되고, 그 마음이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속내 탐지에 성공한 경험을 쌓아 새로운 모델 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강력한 알고리즘과 갖은 트릭으로도 알 수 없는 진심, 그러니까 데이터 값이나 말로는 표현되지 않아서 개인 스스로도 쉽사리 정의하지 못하는 그 마음들을 들춰내려면 사람과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체력과 노력을 들여 관계를 쌓을 때, 비로소 각자가 마음속 진짜 욕망을 차근차근 언어화하고, 정의 내리고,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기계와 개인의 상호작용이 아무리 자연스러워져도, 사람 대 사람의 관계를 넘어서기 힘든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인 것 같다고, 요새 퍽 많이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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