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윤석열·한동훈의 기싸움을 왜 봐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폭탄주’와 ‘콜라’만큼 기질이나 스타일이 한참 다르다. 그래도 두 사람은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에서 만나 형님, 동생 하며 20년을 지냈다. 고락을 함께한 둘의 브로맨스가 얼마나 깊었던지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한 대표를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법무장관으로 정권 2인자, 소통령으로 불렸다. 지금 보면 두 사람은 서로가 존경·존중하는 마음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온 게 아니라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틀에서 이해가 맞았던 것 같다.

신의가 배신이 되는 건 순간이다. 이해관계가 틀어진 두 사람은 등을 돌렸다. 한 대표가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장 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국민 눈높이’를 꺼낸 게 발단이었다. ‘윤·한 1차 갈등’이다.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한 대표의 승리도, 한 대표의 폴더 인사를 받은 윤 대통령의 승리도 아니었다. 둘의 관계는 지금까지 돌이켜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도 안 된 자신의 권력에 생채기를 내려는 한 대표의 ‘자기 정치’를 용납하지 않는다. 한 대표를 키워주기는커녕 품을 생각조차 없다. 거듭된 독대 요청도 응하지 않으니, 말을 섞고 싶지도 않은 듯하다. ‘악의적 무시’다.

한 대표는 어정쩡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언행은 모호하고 행보는 갈지자였다. 윤 대통령에게 굴복하자니 전대에서 압승한 차기 미래권력으로서 모양새가 말이 아니고, 대들자니 세력이 부족했다.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니라 용기”라고 했던 한 대표는 정치력도, 결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지금 두 사람 모두 위기다. 윤 대통령은 민심 이반에 국정 리더십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높은 벽을 실감했을 뿐 성과라고 내놓을 만한 게 없다. 국정 지지율,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모두 떨어졌다.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다. 김 여사 의혹은 이미 나열하기도 숨이 찰 지경인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고 있다. 김 여사 문제는 이미 윤 대통령의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 부부가 함께 공천 문제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녹취 파일도 있다. 국민적 분노는 임계치에 달하고 있다.

조여오는 여론 압박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SOS를 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조차 김 여사는 ‘통제 불가’라는데, 윤 대통령이 이 상황을 위기라고 느끼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대통령 거부권에 말 잘 듣는 친윤들이 있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를 무혐의 처분하는 검찰도 있다.

윤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이 지난 4일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됐지만, 여당에서 최소 4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왔다. 야당은 조만간 재발의하겠다는데, 이젠 여당 의원들도 다시 표결에 부쳐지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한 대표가 지난 6일 친한계 의원 20명과 만찬했다. 동남아 순방을 떠나는 윤 대통령을 환송하지 않고, 마련한 자리였다.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8표는 너끈히 만들 수 있다는, 세 과시인 셈이다. 대통령과 친윤의 공격에 대비한 ‘보험’이자, 대통령을 압박할 카드로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한 대표는 그 다음날 원외 당협위원장 90여명을 만나선, “나라와 당이 사는 방안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김 여사 문제는 사과로 해결할 단계를 넘었다. 여당에서도 그렇게 보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친한계 일각에서 ‘심우정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기소해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대통령을 지킬 수 있도록 특검법만은 막아보겠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이걸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국민 분노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결국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할 시간이 올 것이다. 내전은 외부와의 전쟁보다 더 살벌한 법이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고,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라와 당이 살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다. 한 대표는 대충돌을 감당할 수 있나.

김 여사 문제는 대통령과 여당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무슨 이유로 윤·한의 기싸움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정권이 염치가 있다면, 김 여사 문제를 빨리 매듭짓고 국민의 건강과 민생을 챙겨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안홍욱 논설위원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