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당시 공화당 총재였던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불법구금돼 강제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재산을 헌납한 사실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인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8일 열린 제88차 위원회에서 김 전 총리가 이 같은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국가기록원·법원·국군방첩사령부·1기 진실화해위 조사자료 등 자료를 분석해 조사한 결과다.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을 전국에 확대하며 정치활동 중지, 정치목적 집회·시위 금지, 언론 사전검열, 대학 휴교, 국가원수 모독·비방 불허 등의 내용을 담은 계엄포고 10호를 발령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신군부는 이와 동시에 이른바 ‘권력형 부정축재 혐의자,’ ‘사회 혼란 조성 및 학생·노조 소요 관련 배후조정혐의자’ 26명을 강제로 연행해 조사했다. 김 전 총리는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몰렸다.
합수부는 김 전 총리를 1980년 5월17일 오후 11시20분쯤 강제 연행한 뒤 47일 동안 불법 구금하며 부정 축재에 대한 수사를 했다. 김 전 총리는 이 상태에서 재산헌납기부서와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인 1980년 7월2일에야 석방됐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에 김 전 총리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및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박정희 정권 2인자였던 김 전 총리는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하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