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개월이 된 아기 민지(가명)의 부모는 민지를 볼 때면 왼쪽보다 오른쪽 머리가 더 튀어나온 안면비대칭을 심하게 느꼈다. 한 방향으로만 눕혀서 머리 모양이 일시적으로 변형된 줄만 알았는데, 짝눈 증상과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사경 증상도 동반됐다. 병원을 찾았더니 머리뼈 사이의 공간이 너무 일찍 붙어 한 방향으로만 머리뼈가 성장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을 진단 받았다. 민지는 ‘신연기’라는 기구를 장착하는 수술을 받아 매일 집에서 1㎜씩 두개골 간격을 넓혔다. 치료가 두 달째에 접어들자 수술 부위에 뼈가 자라서 민지의 두상은 대칭을 이루며 정상적으로 교정됐다.
출생 직후 여러 개의 뼈로 나눠져 있다가 성장하면서 서서히 하나로 합쳐져야 할 두개골이 일찍 붙어버리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2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뇌 성장을 막아 시력이나 지능장애 등을 유발하며 비대칭적인 외모까지 부르는 데다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10일 이 질환 치료를 위해 두개골 봉합선 간격을 벌려주는 신연기를 이용하는 성형술을 2005년 개발한 이후 20년간 약 140명의 환아들을 치료하며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두개안면클리닉의 최종우·김영철 성형외과 교수, 나영신·정상준 소아신경외과 교수는 현재까지의 수술 치료에서 약 98%의 환아에게 재발 없이 두개골이 대칭적으로 성장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술로 사망한 경우를 비롯해 발작이나 발달 지연 등 주요 합병증이 나타난 비율은 0%였다. 이 수술을 받은 환아 중 3%에게 창상 지연, 뇌척수액 누수 등이 발생했으나 모두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술 시기는 생후 10개월이었다.
이 수술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생아 시기에 두개골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재배치하는 수술법을 썼기 때문에 출혈량도 많고 합병증도 드물지 않게 발생해 수술 부담이 컸다.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개발한 수술법은 머리뼈를 조각내는 대신 붙어버린 두개골의 봉합선만 일부 절개해 틈을 벌려주는 신연기를 장착하는 방식을 쓴다. 이후 보호자가 신연기를 조절해 하루에 0.5~1.5㎜씩 절개된 뼈 부위를 조금씩 벌리면 그 틈으로 새로운 뼈가 자라나게 된다. 정상 범위만큼 뼈가 성장한 이후 신연기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진행하면 치료가 마무리된다.
병원 측은 신연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술을 통해 기존 대비 수술시간을 8시간에서 3시간으로 절반 이상 단축했으며 출혈량도 크게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뇌에 가해지는 손상도 거의 없으며 수술 직후부터 외적으로 보이는 비대칭뿐 아니라 뇌 기저부의 비대칭까지 교정되기 때문에 10년 이상 장기추적 결과 성장 후에도 얼굴뼈가 대칭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우 교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은 한 개의 봉합선만 유합되거나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조기발견이 어렵다”며 “아이의 머리가 한 쪽만 더 크거나 심한 비대칭이 있는지 보호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하고,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