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준 아름답지만 달갑잖은 선물…‘초강력 지자기 폭풍’ 온다

이정호 기자

미 우주기상센터, 심각 단계 ‘G4’ 경보 발령

극지방에만 등장하던 오로라, 중위도서 관측

위성항법시스템 오류·전력망 고장 등 우려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하늘에서 오로라가 빛나고 있다. 스위스는 고위도 지역이 아니어서 평소 오로라 관측이 어렵지만,  당시 발생한 강력한 지자기 폭풍으로 오로라가 생겼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스위스 하늘에서 오로라가 빛나고 있다. 스위스는 고위도 지역이 아니어서 평소 오로라 관측이 어렵지만, 당시 발생한 강력한 지자기 폭풍으로 오로라가 생겼다. EPA연합뉴스

태양 표면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강력한 ‘지자기 폭풍’이 이번주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예보가 9일(미국시간) 나왔다. ‘지구 자기장 교란’을 뜻하는 지자기 폭풍이 나타나면 북극이 아닌 중위도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성항법시스템(GPS)에 오류가 생기거나 지상 전력망이 망가질 공산도 있다. 지구촌 어디서, 어떤 피해가 나타날지에 우주과학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우주기상예보센터(SWPC)는 태양 활동 예보 통지문을 발표하고, 10일과 11일 강한 지자기 폭풍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시간으로 따지면 11일과 12일이다.

SWPC는 이번 지자기 폭풍에 ‘심각’ 단계로 분류되는 ‘G4’ 경보를 내렸다. 2005년 이후로 따졌을 때 G4 경보는 이번을 포함해 딱 2번 발령됐다. 그만큼 곧 다가올 지자기 폭풍이 강력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자기 폭풍은 G1~G5까지 총 5단계로 구분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강도가 세다.

지자기 폭풍이 일어나는 이유는 태양에서 나타나는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CME는 전기적 성질을 띤 작은 알갱이가 태양 표면 폭발 때문에 외부로 튀어나와 우주 공간으로 퍼지는 것이다. 태양 표면의 검은색 점, 즉 흑점에서 주로 발생한다.

흑점은 11년을 주기로 많아졌다가 적어지는데, 최근 태양은 흑점 개수가 매우 많아지는 ‘극대기’에 근접했다. 이 때문에 CME가 생기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SWPC는 “이번 CME는 지난 8일 태양 표면에서 발생한 뒤 초속 1200~1300㎞로 지구를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기 폭풍이 만드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로라 관찰 지역의 확대다. 오로라는 평소에 극지방에서만 볼 수 있지만, 지자기 폭풍이 생기면 중위도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북극에서 한참 떨어진 남쪽 지역에서도 밤하늘이 알록달록해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자기 폭풍이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SWPC는 “대기 상층부의 공기 밀도를 변화시켜 지구 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움직임에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며 “GPS 위치 정보에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특히 지자기 폭풍은 전력망을 망가뜨릴 수 있다. 지표면에 전기가 흐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예기치 못한 정전이 나타난다. 전기에 의존하는 현대 문명의 특성상 많든 적든 피해가 생긴다.

이번 지자기 폭풍으로 정확히 어느 국가가, 어떤 피해를 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SWPC는 “CME가 지구 앞 160만㎞(지구와 달 거리의 약 4배)까지 다가와야 정확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며 “이때 지자기 폭풍의 강도 등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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