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오세훈까지 여권 전체로 번지는 ‘명태균 의혹’···친한계는 불구경

민서영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 본인 제공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 본인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유력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들어 폭로를 이어가자 여권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명씨가 수십 명의 여당 인사들과 알고 지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한동훈(친한)계는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정치신인이었던 한 대표가 명씨를 알 수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명씨가 접촉했다고 알려진 여권 인사들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등이다. 명씨가 유력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강조하며 각종 의혹을 거론하면 언급된 정치인들이 ‘허풍’이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명씨가 대선 당시 각각 대표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이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을 언급하면서 여권의 대선 지휘선에 있던 인물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명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자신이 이 의원, 김 전 위원장에게 다리를 놔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명씨의 친분을 일축하고 오히려 이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명씨를 데려와 만나게 된 것이란 취지로 해명하면서 사안은 여권 내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이 의원은 2021년 7월 당시 명씨와 나눈 문자를 공개하며 명씨가 윤 대통령을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씨의 휴대전화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명씨는 서울시장 선거와 전당대회 등에도 자신이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 중이다. 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와 당내 경선 등 사실상 모든 주요 선거가 ‘명씨 관여 의혹’에 포함되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 나 의원과 오 시장, 원 전 장관 등 여권의 주요 인사들 이름도 거론했다. 명씨는 지난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였던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을 일주일 간격으로 만났다고 주장했지만, 나 의원과 원 전 장관 측은 모두 한 차례 만난 게 전부라며 친분을 부인했다. 오 시장 측도 “소개를 받았지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명씨는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도 자신이 관여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도 과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박완수 경남지사 등도 명씨 입에 오르며 홍역을 치렀다. 홍 시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개 선거브로커가 대통령도 협박하더니 아무런 관련 없는 나도 협박하나. 마음대로 지껄이고 감옥에 가라”고 적었다.

더 많은 여권 인사와 관계가 연관돼 있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채널A유튜브에서 “국민의힘 의원 40~50명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천공이 오 시장 만났겠나. 김 전 위원장 만났겠나. (명씨는) 그런 사람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일 오전 인천 강화군 강화문화원에서 열린 인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한계 인사들은 연일 한 대표의 ‘떳떳함’을 강조하며 다른 유력 인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한테 ‘명태균하고 어떤 관계가 있냐’(고 물어보니) ‘전혀 관계없다’고 하셨다”며 “한동훈의 ‘한’ 자도 안 나오지 않았냐”고 말했다. 또다른 친한계 인사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지난 9일 채널A 유튜브에서 “저희 당에 이른바 빅샷이라고 하는 주요 정치인들이 명씨와 많든 적든 관계가 있더라. 유일하게 관계가 없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며 한 대표를 지칭했다.

정치권에선 명씨 논란이 커지더라도 한 대표가 잃을 것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김 여사가 명씨를 통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4·10 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던 한 대표가 김 전 의원을 컷오프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명씨 논란을 ‘구태 정치’라 칭하며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인천 강화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명씨와 김대남씨 같은 협잡꾼 정치 브로커들이 정치권 뒤에서 음험하게 활개치는 것을 국민들이 모르셨을 거다. 저도 몰랐다”며 “전근대적인 구태 정치”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에서 그런 협작꾼이나 정치브로커는 발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결연한 각오로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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