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10.10 성동훈 기자
“제가 잘못해서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습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이 손태승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문제로 불거진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자회사 임원 선임에 대한 지주 회장의 인사권을 내려놓겠다는 등 내부통제 쇄신을 위한 대책 실행도 약속했다.
이날 임 회장은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처음으로 국감 증언대에 섰다. 국무총리실장·금융위원장을 지내고 현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유력 거론됐을 만큼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의 국감 출석에 특히 관심이 집중됐다. 한때 금융당국 수장으로 섰던 국감장에 이제는 금융사고 책임을 추궁받는 증인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문제로 쏟아지는 질의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강화, 기업 문화의 올바른 정립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 임원 선임시 사전 합의하는 제도를 “이번 사건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자회사 대표가 임원을 선임할 때 지주 회장과 미리 협의하도록 해왔는데, 이 절차를 없애 회장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룹사 전 임원의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신설, 여신심사 관리 프로세스 개혁 등 재발 방지책을 실행하겠다고도 했다.
임 회장 등 우리금융 현 경영진이 전임 회장 관련 부당 대출건을 인지하고도 감독당국에 보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해명도 이어갔다. 임 회장은 “자체 1차 조사에서는 불법 행위의 증거를 명확히 찾지 못했다. 2차 검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하던 와중에 금감원 검사가 들어왔다”면서 “돌이켜 생각하면 좀 더 신속히 금감원에 협조를 구했어야 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코 전임 회장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전 직원이 갖고 있다”며 “이런 의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 문화 등 전 분야를 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우리금융을 겨냥한 금감원 검사와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 등이 “인사 개입”이며 “월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은행 사태는 정권의 금융회사 인사 개입 사건”이라며 “이 원장이 부당대출과 관련 없는 보험사 인수합병까지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질의하자 임 회장은 “인사개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를 통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타당성을 보겠다는 이 원장의 발언에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권 의원은 “이 원장은 부당대출건과 관련해 우리금융의 조직 개혁 의지까지 본다고 했는데, 의지까지 금감원이 조사할 권한이 있는 것이냐”라면서 “금감원장이 월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