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개발업자 “조우형 깊이 관여”
대장동 불법대출 시사하는 진술…기소된 ‘보도’ 힘 실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기록에 대장동 대출 불법 알선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담긴 진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대출브로커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가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들을 기소했는데, 언론에서 제기한 ‘부실수사’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일부 정황들이 발견된 것이다.
10일 경향신문이 뉴스타파를 통해 파악한 윤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사건 증거기록을 보면, 대장동 개발업자인 이강길씨는 2011년 4월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대출브로커 조우형씨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상황을 진술했다.
당시 이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에 조우형이 깊이 관여했다”며 “조우형이 곧 부산저축은행”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과의 약정서가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된 사유를 묻자 이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앞으로 대출금에 대한 연장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산 측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변경 약정서를 작성할 즈음 부산 측 조우형이 저에게 요구해 작성해준 것”이라고 답변했다. 부산저축은행에서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았던 조씨가 대장동 대출에 관여하는 등 불법 알선을 한 정황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조씨는 대검 중수부 수사 4년 뒤인 2015년 수원지검에서 대장동 사업자에게 부산저축은행 대출 1155억원을 알선해주고 1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조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이 사건에서 빠져나가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었다. 박 전 특검 측과 조씨가 체결한 법률자문계약서를 보면 수임료 1억5000만원이 명시됐다. 이에 대해 조씨는 지난해 7월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문계약서가 “실제로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문에 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1년 6월 무렵 박 전 특검 측이) ‘불입건된 것 같다. 불입건되었으니 성공보수를 달라’고 해서 구두상으로 1억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불입건에 대한 성공보수가 1억원이었고, 5000만원 상당이 상담료 또는 착수금 명목이었다는 것이다. 조씨는 성공보수 1억원을 실제 지급했냐는 검찰의 물음에도 “지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앞선 정황들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언론의 의혹 제기가 타당한지에 대한 여부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의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대장동 불법 대출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고 진술이나 증거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