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쾌거

박송이 기자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맞선 강렬한 작품…현대 산문의 혁신가”

한국 노벨상, 김대중 전 대통령 평화상 이어 24년 만에 두 번째

한강 “난 한국문학과 자라…동료 작가들 노력과 감정이 내 영감”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을 당시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을 당시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한림원은 이어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림원은 이날 한 작가에게 수상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로 통화한 영상을 공개했다. 이 인터뷰 영상에서 한 작가는 “다른 이가 소식을 전해줘서 수상 소식을 알았다”며 “정말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수상 소식이 날아들 당시 아들과 식사 중이었다며, 아들 역시 몹시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수상의 의미로 “영광스럽고 상을 주심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한국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서의 소감은 “나는 한국에서 책과 함께,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동료 작가들의 노력과 강점이 나의 영감이 됐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축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오늘 밤을 축하하겠다”고 답했다.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아카데미에 전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1970년 11월에 태어난 한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작가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평단의 호평을 받아 왔다. 인간의 폭력을 성찰한 주제의식으로 “도발적인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해외에서의 ‘한국 문학’ 재조명을 이끌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미권의 주류 언론과 출판계 저널들은 한 작가의 소설이 번역되자 대대적으로 이를 다루기도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고,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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