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90년 더 살아야 볼 수 있는 한강 미공개작이 있다

백승찬 선임기자

2019년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사랑하는 아들에게’ 2114년 출간 예정

소설가 한강(왼쪽)이 2019년 6월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노르웨이 ‘미래의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원고를 전달하며 벌인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왼쪽)이 2019년 6월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 노르웨이 ‘미래의 도서관’ 프로젝트에서 원고를 전달하며 벌인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완성했으나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있다. 단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선 2114년까지 살아야 한다.

작품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 주도로 2014년 시작된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집필됐다. 이 프로젝트는 매년 한 명의 작가에게 미공개 원고를 받아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봉인한 뒤 2114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공공미술 기획이다. 100년 후 인쇄될 책에 쓰일 종이는 오슬로 외곽 노르드마르카 숲에 심어진 나무 1000 그루로 만들어진다. 2014년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작가 엘리프 샤팍,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이 참여했다. 한강 작가는 2019년 ‘사랑하는 아들에게’를 제출했다.

한강 작가는 2019년 5월25일 오슬로 외곽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원고를 전달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뒤 제목을 발표했다. 분량, 내용 등은 모두 알려지지 않았다. 한강 작가는 한국에서 흰 천은 배냇저고리, 소복 등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며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2019년 6월 서울국제도서전 강연에서도 이 행사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원고를 받은 오슬로 시장이 100년 뒤에 꼭 출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낙관이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영속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 건물이 무너졌다가 새로 세워지고 자연이 언제 파괴될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살아와 영원의 이미지가 새롭게 느껴졌다”며 “100년 뒤에 원고를 준 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사라지고 새로운 작가가 태어나서 불씨를 옮기는 것처럼 이어지는 거다. 덧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불확실성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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