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문학상

한강 “우리가 이런 애도를 해보았나”… 주요 작품에 담긴 뼈아픈 역사적 자각

정원식 기자
한강  “우리가 이런 애도를 해보았나”… 주요 작품에 담긴 뼈아픈 역사적 자각  [한강 노벨문학상]

지난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해 30여년 동안 자신만의 문학을 가다듬어왔다. 문예지나 언론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밝힌 창작에 대한 생각을 살폈다.

한 작가는 소설을 어떻게 구상할까. 이와 관련해 한 작가는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Axt)’ 2022년 1·2월호에서 정용준 작가와 한 인터뷰에서 내러티브를 만들기 전에 강렬한 이미지와 형식을 찾는 과정이 먼저 이뤄진다고 말했다.

“먼저 어렴풋한 소설의 형상이 있고, 강렬한 이미지가 있어요. 그러다가 형식이 떠올라요. 저에게는 형식이 중요해요.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쓰려고 하면 한 페이지도 쓸 수가 없어요. 어렴풋이 떠올라 있던 소설과 맞는 형식을 찾아내는 게 저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창작의 순간이에요.”

그는 또 소설을 쓰기 전 먼저 “이게 어떤 느낌의 소설일지 메모를 많이 한다”면서 “<바람이 분다, 가라> 같으면, 이건 싸우는 소설이야. 들썽들썽 흔들리고 싸우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전진하고···그런 식으로 메모하다 보면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서사가 먼저 오지는 않는다. 최종적인 내러티브는 맨 나중에 온다”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 절반 죽어 있던 사람들이 생명을 얻는 소설.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켜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흰>에서 <소년이 온다>를 지나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한 작가의 주요 작품에는 우리 사회가 역사의 비극에 대해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각이 담겨 있다.

2019년 스웨덴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그는 한국전쟁과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거론하며 “우리가 수도 한복판에서 이런 애도를 해보았나, 그걸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2014년 봄에도 비극적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그 문장을 썼다”고 말한 바 있다.

소설을 쓸 때는 상황에 따라 음악을 달리 활용한다. 한 작가는 ‘악스트’ 인터뷰에서 초고를 쓸 때는 방해가 되기 때문에 어떤 음악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고를 끝내고 소설을 다듬을 때는 음악을 듣는다. “그럴 때 어떤 특정한 시기에는 좀 크게 음악을 틀어놓기도 해요. 그러다 정말 마지막 단계에서는 잡념을 씻어버릴 정도로 굉장히 크게 음악을 틀어놓을 때가 있어요.”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하는 동안에는 필립 글라스의 음악,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 조동익의 ‘푸른 베개’를 들었다고 밝혔다. 문학동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작별하지 않는다> 초고를 쓴 뒤 탔던 택시에서 악동 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2007년 자신이 만든 곡을 직접 물러 음반을 냈을 정도로 음악과 노래에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출간한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권말 부록으로 실렸고,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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