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 재·보선 코앞 김 여사 논란 겨냥 ‘중도 표심 잡기’
친윤 “악마화 프레임” 반발…대통령실 “외통수 걸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여사와 가까운 대통령실 내 그룹, 소위 ‘한남동 라인’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당내 해석이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김 여사와 관련한 잇단 의혹에 흔들리는 중도 민심을 잡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유세 직전 기자들이 ‘여사와 관련해 비선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태균이나 김대남, 이런 분들이 설칠 수 있고 이런 분들에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정치”라며 “국민의힘에 그런 정치 브로커가 설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언급한 것을 두고 김 여사의 측근 그룹인 소위 한남동 라인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친한동훈(친한)계 인사는 13일 통화에서 “(한남동 라인 등을) 정리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계속 문제가 되는 게 여사 행보인데 제대로 보좌를 받고 있느냐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식 보좌기구인 제2부속실이 없는 김 여사가 한남동 공관에서 보고를 받을 정도로 친밀한 대통령실 행정관·비서관 그룹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뉴스버스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대남 전 행정관은 지난 4월 “용산은 지금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며 “걔네들이 (김) 여사하고 딱 네트워킹이 돼가지고 해.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 갖고 쥐었다 폈다 하고 시켜 먹지”라고 말했다.
김 여사 의혹이 불어나면서 한 대표도 ‘민심’을 앞세워 대통령실을 향한 발언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0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친한계에서 김 여사 공개활동 자제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앞두고 민심을 강하게 전달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도 해석된다.
한 대표의 행보에 친윤석열(친윤)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지난 11일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는) 악마화 프레임”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악마화 프레임, 탄핵 국면 등에 대해 여당 대표도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소통해야 되지, 뭔가 좀 양보한다고 해서 지금의 정국이 돌파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한 대표가 정말 독대를 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독대 요청을 받아들였더니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다시 공개적으로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10·16 재·보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 대표와 각을 세워도 욕먹고 아니어도 욕먹는 외통수에 걸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