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하탑교 인근 카약 타기 체험 행사장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성남시가 지역 축제인 ‘2024 성남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기획한 ‘탄천 카약 체험’이 환경파괴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하탑교 인근 탄천. 카약 체험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카약을 타고 있었다. 보기 드문 광경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카약을 구경했다.
강수량이 적은 가을에는 통상 탄천의 수위가 내려간다. 자연 상태로라면 가을 탄천에서는 카약을 타기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날 시민들이 카약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성남시가 탄천에 있는 ‘가동보’를 이용해 흐르는 물을 막았기 때문이다. 가동보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시설이다. 평소에는 쓰지 않지만 12~13일간 열린 카약 체험을 위해 상류 구간 수심을 150cm(평시 70~80cm) 정도까지 높이느라 보가 가동됐다.
지난 12일 완전히 말라버린 탄천 하류의 모습. 성남환경운동연합 제공
가동보를 통해 하류로 흘러야할 물을 가둬 상류 수심을 높이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하류쪽 하천이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이 줄자 하천 바닥의 하얀 자갈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탄천을 살펴본 성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가동보 작동 첫날인 12일에는 하류쪽 바닥이 완전히 노출됐다. 갈 곳이 없어진 물고기들은 작은 웅덩이 속에 갇혀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손으로 물고기를 퍼나른 끝에 살려냈다.
이희예 성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탄천은 유원지처럼 놀이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공간”이라며 “자연을 즐길거리로 삼는 이런 행사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탄천의 물이 마르면서 돌고기 한 마리가 공기 중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돌고기는 주로 천천히 흐르는 곳 돌 주변에 무리지어 서식한다. 이 돌고기는 성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의 손에 의해 무사히 하천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카약 체험 행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주말간 탄천을 찾았다는 A씨(40대)는 “사람들은 잠깐 즐기자고 하는 것이겠지만, 흐르는 물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것 아니냐”라며 “행사를 한다고 강물 위에 띄운 각종 구조물도 환경을 오염시킬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B씨(60대)는 “보를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원래 있던 것을 쓰는 정도 아닌가”라며 “매번 하는 것도 아니고 1년 중 몇 번 있는 일인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반응과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라면서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