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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와 캐롭나무

공자의 제자 자로가 ‘성인(成人)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눈앞에 이익을 보면 우선 의로움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2500여년 전 공자의 말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실천한 인물이 오스카 쉰들러다. 그는 ‘된 사람(成人)’이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스카 쉰들러는 독일계 체코인으로 독일 방첩부대에서 근무했으며 나치당에도 가입했던 인물이다. 독일이 폴란드 침공 전까지 폴란드에서 일하며 나치를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에나멜 제품 공장을 운영했는데, 노동자의 약 70%가 유대인이었다. 그래서일까. 한때 독일을 위해 일했던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약 1200명의 유대인을 구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SS 대원들에게 뇌물을 주며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 등의 학살 수용소로 호송되는 것을 막았다. 거기에는 과거 독일 방첩부대 근무 이력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전후에는 아르헨티나, 독일 등지를 떠돌며 사업을 벌였지만 실패하고, 그가 전쟁 중에 구해주었던 일명 ‘쉰들러 유대인’들의 경제적 도움으로 살아갔다. 나락으로 떨어지던 유대인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쉰들러. 그의 도움으로 지옥에서 탈출했던 유대인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1962년 예루살렘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 박물관 야드 바셈은 홀로코스트 동안 유대인을 도와준 사람을 기리는 ‘의인(義人)의 거리’에 그를 초대해 캐롭나무를 심는 기념행사를 거행했다. 캐롭나무는 쥐엄나무라고도 하며, 유대인에게는 중요한 나무다. 세례 요한이 사막에서 그 열매로 연명했다고 하여 ‘세례 요한의 빵’이라고도 불린다. 열매 수확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려 미래를 위한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또한 야드 바셈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개봉되기 6개월 전인 1993년에 쉰들러와 그의 아내를 유대인을 도운 ‘세계의 의인(義人)’에 선정하였다. 1965년에는 독일 정부가 그에게 독일공로십자훈장을 수여했으니, 피해국과 가해국 모두로부터 그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집단 학살의 희생자들이 혹여 또 다른 학살의 가해자가 된다면 비극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국제사회뿐 아니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인간을 구한 사람은 온 세상을 구한 것이다.’ 유대인들이 쉰들러에게 선물한 반지에 새긴 탈무드 구절을 다시금 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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