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정권 유지 도움 판단
상황 관리보다 ‘강경 대응’ 고수
남, 안보 이슈로 정치 논란 덮고
북, 위기 부각해 내부 결속 노려
‘무인기 평양 침투’ 논란으로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당국이 대화를 통한 상황 관리보다는 강경론을 고수하면서 이번 사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은 남한을 향한 주민적개심을 높여 체제 결속의 기회로 삼고, 남한은 긴장 고조를 방치해 정부·여당에 불리한 각종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밤 발표한 ‘무모한 도전객기는 대한민국의 비참한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1면에 보도했다. 김 부부장은 “괴뢰국방부가 드디어 도발자, 주범자로서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며 “한국군부 깡패들은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저녁 발표한 담화에서도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북한을 향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이 더 강한 어조로 되받은 것이다.
노동신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했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천백배 보복 열기로 끓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북한은 그간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 당국의 담화 등을 일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북한이 위기 상황을 부각해 지난 7월 대규모 수해와 만성적인 경제난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차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남북 간 물리적 단절 조치와 향후 군사행동 등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관리하기는커녕 모호한 태도로 오히려 불안과 긴장을 키우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1일 무인기 침투를 주장한 뒤부터 줄곧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입장을 한국군이 무인기 침투에 가담했다는 근거로 들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메시지가 과도하게 북한을 자극한다는 평가도 있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대북, 대국민 메시지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북한에 접촉 등을 먼저 제안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당국과 접촉할 의향을 묻자 “현 단계에서 확인해드릴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모두 긴장 조성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깔린 듯하다”며 “대통령 책무는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핵심은 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