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증언을 위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데뷔 초부터 회사가 저희(뉴진스)를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소속 그룹이다.
하니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하니는 지난달 11일 뉴진스 멤버들과 함께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 그룹의 매니저로부터 “못 본 척 무시해” 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 사옥 복도에 혼자 있던 하니가 타 그룹 매니저 및 멤버들을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 5~10분 뒤 다시 마주쳤을 때 해당 매니저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하니가 업무 공간에서 ‘무시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일부 팬들이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자, 환노위는 하니를 이번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하니는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국감에 안나오면 이 일도 묻힐 것 같아서 나왔다”며 “다른 선배, 후배, 동기, 연습생 누구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니는 김주영 어도어 대표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하니는 “김 대표가 ‘증거가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계속 넘어가려 했다”고 했다. 해당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TV(CCTV)가 일부만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처음 인사를 나눴던 8초 가량의 영상은 있는데, 불과 5~10분 뒤 영상부터 없는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하니는 “(김 대표가) 앞에 ‘인사를 하는’ 8초짜리 영상만 있고, 1시간 뒤도 아니라 5~10분 뒤에 있었던 일인데 그 장면이 아예 없다고 했다”며 “제가 왜 뒤는 없냐고 하자, 미팅 내내 없는 이유가 계속 바뀌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대표는 어도어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 6월 중순 처음 해당 사안을 접한 뒤 해당 레이블의 매니저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고, CCTV 확인과 복원 가능 여부를 묻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저도 하니씨의 말을 다 믿고 있고, 답답한 심정에서 입증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증거 확보는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CCTV에 대해서는 “삭제한 것이 아니라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에 따라 30일 보관기한 만료로 복구할 수 없다”고 했다.
하니는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김 대표의 말에 반박했다. 하니는 “죄송한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충분히 더 하실 것들이 있었다”고 했다. 하니는 “저희를 지키고 싶으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데, 싸울 의지도 없고 액션(행동) 할 의지도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이 “앞으로 더 최선을 다해달라는 취지냐”고 묻자 “앞으로 최선을 다해달라고 하면 이 문제는 넘어갈 것”이라며 “미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니 “인간으로 존중했으면” 결국 눈물
하니는 데뷔 초부터 회사 내에서 뉴진스를 둘러싼 부정적 분위기를 느꼈다고 말했다. 하니는 “‘분위기’니까 뭘 말하긴 애매하고, 누구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당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며 데뷔 초부터 여러 번 마주친 ‘회사의 높은 분’이 한 번도 멤버들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더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이해했다”며 “인사를 안 받는건 (나이나 직책)순위를 떠나 인간으로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블라인드’ 앱에 직원들이 뉴진스를 대상으로 올린 비하글, 홍보팀 실장이 일본에서의 뉴진스 실적을 낮추려고 하는 것을 모두 봤다며 “제가 느낀 분위기가 느낌이 아니라 회사가 확실히 저희를 싫어한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하니는 ‘회사가 왜 뉴진스를 싫어하는 것 같냐’는 질의에 “데뷔를 할 때 원래 ‘정해진 길’이 있는데, 저희는 그것과 좀 다르게 데뷔를 했다”며 “그런데 저희가 잘 되니, 자꾸 저희를 낮춰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약 1시간 동안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가던 하니는 마지막 발언에서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적어도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지 않을까 싶다”며 “회사에 있는 다른 선배, 동기, 후배, 연습생들이 이런 걱정을 안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김 대표는 “하니씨를 비롯한 아티스트 분들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인권을 보호해서 아티스트들의 꿈과 희망을 잘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어도어 신임 대표가 된 지 한달 반이 됐는데,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니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흰 셔츠에 청바지, ‘HANNI’ 라고 각인된 빨간 숄더백을 멘 차림으로 국회에 도착했다. 하니는 감사장에 들어가기 전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취재진들의 요청에 “제가 굳이 말 안해도, 팬분들이 제 마음을 다 잘 알기 때문에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